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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에쓰오일, 1분기 적자만 1조…충격에 빠진 정유업계

유가 급락에 정제마진 악화
원유 재고분도 대규모 손실

< 텅 빈 석유제품 출하장 > 국내 정유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와 국제 유가 급락, 정제 마진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울산 남구 SK에너지 석유제품 출하장이 수요 감소로 한산하다. 

에쓰오일이 지난 1분기 1976년 창사 이후 가장 많은 1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작된 국내 정유업계의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에쓰오일은 1분기 영업손실이 1조7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7일 공시했다. 매출은 5조1984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5조4262억원)보다 4.2% 감소했고 손익은 2704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분기 적자는 지난해 2분기(905억원 손실) 이후 세 분기 만이다.

에쓰오일의 대규모 적자는 모두 정유 부문에서 발생했다.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부문은 1분기 각각 665억원과 1162억원의 이익을 낸 반면 정유 부문의 영업손실은 1조1900억원에 달했다.

올 들어 국제 유가 급락으로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원유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손해를 보며 장사한 탓이다. 원유와 석유 재고분도 유가와 상품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대규모 손실로 잡혔다.

국내 정유4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이 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놓으면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의 실적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유4사의 1분기 영업적자 규모가 4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4社 덮친 '적자 쓰나미'…"2분기는 더 비관적"
"제품 만들수록 손해"…에쓰오일 1조 적자 '충격'

“충격적인 숫자입니다. 실적 전망치가 하루 단위로 낮아지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국내 정유업계 고위 관계자는 27일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손실이 1조원으로 나오자 “예상보다 훨씬 비관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에쓰오일은 국내 정유 4사 중 이날 가장 먼저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결과는 1976년 창사 이후 가장 큰 손실(1조73억원)이었다. 정유업체들이 올 1분기(1~3월) 나란히 조(兆) 단위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유업계는 1분기보다 2분기 실적이 더 안 좋을 것이란 공감대가 있다. 정유업계 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작됐는데, 미국 유럽 일본 등 석유제품 수요가 많은 국가들이 4월(2분기) 들어 확산되고 있어서다.

○실적 예상치 하루하루 ‘뚝뚝’

에쓰오일에 대한 증권업계 실적 전망치는 하루하루 낮아졌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월 이 회사 예상실적은 3200억원 안팎이었다. 그러다 1개월 전엔 1444억원 손실로 바뀌었고, 최근 들어선 4700억원 손실로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에쓰오일의 1조원 이상 영업손실은 시장 추정치보다 두 배나 많았다. 증권가뿐 아니라 다른 정유사 관계자들도 놀라는 눈치였다. 정유 부문의 손실이 컸다. 항공유와 휘발유 등 운송용 제품을 중심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락하며 4000억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유가 급락으로 보유하고 있던 원유와 석유제품 모두 재고 가치가 감소했다. 이 부분에서 7000억원 안팎 손실로 집계되며 정유 부문에서만 1조19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재고 손실은 나중에 유가 상승 시 만회가 가능하지만, 정제마진 악화로 인한 손실은 만회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분기 더 추락할 것”

정유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의 조(兆) 단위 적자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뜻”이라며 “다른 정유사들도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초 증권가와 정유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를 포함한 정유 4사가 3조원 이상의 적자를 낼 것이라고 봤으나 적자폭은 이제 4조원 이상으로 더 높아졌다.

정유업계는 2분기 실적을 더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이동제한과 셧다운(일시 영업중단)이 3월부터 본격화되면서 석유 ‘수요절벽’이 다음달까지 장기화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배럴당 20~30달러 선으로 떨어졌던 국제 유가는 이달 들어 배럴당 10~20달러 선까지 주저앉았다.

정유업계는 공장 정기보수를 앞당겨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가동률을 낮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공장 가동률을 100%에서 85%로 낮췄으며, 현대오일뱅크도 하반기로 예정된 충남 대산공장의 정기보수를 하고 있다. GS칼텍스와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것도 미리 계획된 상태에서 해야 한다”며 “바로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 재개하자마자 60% 폭락…원유 개미들 "전 재산 잃을 판"

'유가는 언젠간 회복한다'는 기대감에 '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을 매수한 투자자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실제 가치와 비교해 가격이 이상 급등하면서 거래가 정지됐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레버리지 ETN 4개 종목이 27일 거래가 재개되자마자 일제히 폭락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QV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H)'은 전 거래일보다 60% 급락한 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도 하한가(-59.95%)를 기록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주가 변동 범위도 일반 종목의 2배이기 때문에 -60~60% 사이에서 움직인다.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H)'(-52.31%)과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20.62%)도 곤두박질쳤다. 투자자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원유 ETN 종목 토론방에서는 "전 재산을 잃을 판이다", "시간을 돌려달라" 같은 글이 올라왔다.

국제 유가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 제공=AP

금융 당국 경고에도 개인 1조3000억 매수원유 레버리지 ETN은 기본적으로 위험성이 큰 상품이다. 기초자산인 국제 유가는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한다. WTI 6월물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배럴당 20달러 선에서 연이틀 무너져 11달러 선으로 '반 토막' 났다가, 급반등해 24일 16.94달러로 마감했다. 어떻게 움직일지 투자자들이 갈피를 잡기 어렵다.

게다가 레버리지 ETN은 국제 유가 일간 등락률의 2배로 움직인다. 유가 상승기 땐 '대박'이 나지만, 하락기 또는 변동성이 클 땐 막대한 투자 손실을 떠안게 된다. 극도의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다.

문제는 최근 유가 급락으로 '저가 매수'를 노린 투자자가 몰리면서 주가가 고평가돼 있단 점이다. 기초자산(유가)의 실제 가치와 시장가격(주가) 차이를 괴리율이라고 하는데, 이 비율이 1000% 넘는 종목까지 나왔다. 주가에 과도하게 거품이 끼어 있단 얘기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최근 원유 선물 레버리지 ETN에 대해 '전액 손실'을 경고하고, 일부 종목 거래를 중단시켰다. 27일부터는 30분 단위로 매수·매도 호가를 모아 가장 많은 수량에 체결될 수 있는 가격으로 거래(단일가 매매)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투자 자제를 권고했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이들 종목에 계속 관심을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감원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 다음 날인 지난 10일부터 24일까지 개인은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ETN·ETF(상장지수펀드)를 총 1조364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27일 ETN 주가가 급락하자 '바닥이니 전 재산 몰빵하겠다'는 투자자도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괴리율 400%인 레버리지 상품을 사면 유가가 2배는 올라야 본전인 셈"이라며 "요즘 같은 불확실한 유가 추이를 고려할 때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락에도 주가 거품 여전

원유 레버리지 ETN의 가격 정상화까지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주가 급락에도 괴리율이 여전히 높아서다.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의 경우 이날 오후 4시 기준 실제 가치(138.07원) 대비 괴리율은 504.77%를 기록했다. 통상 원유 ETN을 발행하는 증권사가 시장에 신규 물량을 내놓으면 주가를 떨어뜨려 시장가격과 실제 가치 차이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괴리율이 높으면 별 소용없다. 증권사가 실제 가치의 ±6% 범위에서만 호가를 낼 수 있어서다. 시장가격이 떨어져 실제 가치와 가까워져야 증권사의 가격 조절 기능이 가능한 셈이다.

현재로선 이들 4개 종목은 주가 급락과 거래 정지를 수차례 거쳐야만 가격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단일가 매매 상태에서 괴리율이 30% 이상인 종목은 3거래일간 거래 정지되는데, 이 과정을 반복하며 괴리율이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되면 투자자의 고통은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1일 거래, 3일 정지' 사이클이 두 번은 반복돼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며 "(투자자 손실은 크겠지만) 기존 투자자와 잠재적 투자자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 시장 안정화 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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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레버리지ETN, 투자자 잠정손실 4000억

지난달 개인투자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투기과열 현상이 벌어진 원유선물 레버리지ETN(상장지수증권)이 사실상 상장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레버리지ETN이 추종하는 원유선물 지표가치가 0에 가까이 수렴하면서 시가총액 약 4300억원 규모의 4개 레버리지ETN 증권이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투자자 잠정손실액은 40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거래소가 투자자손실 위험을 경고하며 레버리지ETN 거래를 정지시킨 가운데 매매거래정지가 무기한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표가치가 '0'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괴리율이 적게는 수백~수천%로 치솟은 4개 레버리지ETN IIV(실시간 지표가치)는 100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이들 ETN은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총 4개다.

거래소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기초자산인 WTI원유선물이 50% 이상 하락해 지표가치가 ‘0’원이 되면 투자금을 전액 손실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신한·미래에셋 레버리지 ETN의 거래를 23일, 24일 양일간 정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거래가 정지된 삼성·QV(NH투자증권) 레버리지 ETN의 거래재개 시점은 별도로 공지한다고 말했다.

지표가치가 0이라는 말은 쉽게 말해 더 이상 증권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원유선물 ETN은 추종하는 기초자산의 수익률을 ETN가격에 그대로 반영하도록 설계됐는데, 기준가인 지표가격이 0원을 찍을 경우 추후 유가가 오르더라도 원금이 전액 손실된다는 것이다.

현재 신한 레버리지ETN IIV 값은 63이다. 만약 유가가 단기간에 급반등을 해 현 유가보다 50%(레버리지는 100%) 폭등한다고 해도 IIV 값은 126(63의 2배)에 그친다. 현재 신한 ETN 가격은 650원으로 전혀 현재 유가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 IIV 가격이 0원에 가까워질수록 사실상 거래가 의미가 없다는 의미다. IIV가 1로 떨어지게 되면 유가가 5일 연속 50% 폭등하더라도 △1 △2 △4 △8 △16에 그치게 된다. 극단적으로 현재 레버리지ETN 거래는 이미 가치를 상실한 가상의 기업을 두고 투자자들의 수급만으로 가격을 뻥튀기 하는 일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4000억 '휴지조각' 위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장마감 후 이들 ETN 4종목의 시가총액은 총 4344억7500만원, 21일 기준 지표가치금액은 1493억9345만원이다. 22일자 지표가치금액은 이르면 이날 저녁 집계될 예정이다.

여기서 시가총액은 투자자들이 4개 ETN을 매수해 갖고 있는 금액을, 지표가치금액은 실제 이들 ETN이 추종하는 원유선물 지표가격의 총합을 말한다. 4개 증권사(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는 시점은 다르지만 각각 1만원에 레버리지ETN 증권을 상장해 거래해왔다. 이 ETN이 실제 추종하는 지표가치, 즉 원유선물 가치가 1500억원 남짓이라는 설명이다.

이 금액은 전날 기준 액수다. 22일에는 이 지표가치가 10분의1 넘게 하락했다. 전날부터 거래가 재개된 신한 레버리지ETN의 경우 900원대였던 IIV 가격이 22일 현재 63원까지 내려왔다. 10분의1로 떨어졌다고만 가정해도 1500억이었던 지표가치금액은 150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4개 종목이 상장폐지 또는 조기청산 절차에 돌입한다고 가정시 지표가치금액만을 돌려받게 된다. 결국 현 IIV 값을 통해 지표가치금액을 수정하면 투자자들은 전체 시가총액에서 지표가치금액을 제외한 4000억원 이상(4344억7500만원 - 약 150억원)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삼성증권이 22일 홈페이지에 올린 투자유의 공지문

◇어떻게 하다 이렇게까지

처음에는 괴리율이 문제였다. 지난 3월에는 유가반등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레버리지ETN에 돈을 쏟아부으며 LP들의 가격조정 물량을 싹쓸이하자 괴리율이 벌어졌다.

괴리율은 ETN의 시장가격과 지표가치(IIV)의 차이를 나타내는 비율로 양수(+)인 경우에는 시장가격이 ETN의 본질적 가치인 지표가치보다 고평가된 것을 의미한다. 과대평가된 상품일수록 급격한 가격 하락 가능성도 높아진다.

추가로 가격조정을 위한 ETN물량을 수 천만주를 상장해도 며칠만에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모두 사들이면서 도저히 괴리율을 잡을 수 없게 됐다. 즉 가격조정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온전히 투자자들의 수급으로만 가격이 결정돼 괴리율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유가가 떨어지니 답이 없네

이때까지만 해도 실제 IIV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매수물량이 문제였지, IIV 가격 자체가 폭락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5월물 롤오버 시점에서 불거졌다. 지난 21일 5월물 WTI 만기시점이 가까워오자 공급과잉이 극대화되면서 유가는 마이너스(-) 37달러까지 곤두박질 쳤다. 이 영향으로 22일 IIV도 10분의 1 토막이 나버린 것이다.

ETN 가격과 원유선물 지표가격을 일치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가격을 조정하는 LP(유동성공급자) 증권사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LP물량은 현 IIV값의 ±6% 내외로 주문을 낼 수 있게 정해져있다. 신한 레버리지ETN의 경우 IIV값이 60대를 맴돌고 있어 6%를 적용해도 63~64원선의 매도주문을 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주문가격은 ETN가격의 하한선을 크게 밑돈다. 신한 레버리지ETN은 22일 65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하한가 60%를 적용해도 365원이다. LP가 가격조정을 위한 주문을 내고 싶어도 하한가에 막혀 낼 수 없게 된 것이다.

◇숱한 투자경고, 거래정지에도 막을 수 없던 불나방들

이번 레버리지ETN의 투자과열에 대해 증권업계는 물론이고 거래소도 혀를 내두른다. 최근 몇 주 동안 수차례 투자경고와 괴리율 폭등을 경고하며 손실위험을 고지했지만 늘어난 매수세가 도무지 가라앉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저희도 너무 답답하다. 얼마나 이게 위험한지 고지를 계속 했고 수 천만주를 추가상장해도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며 "이렇게 투자자들이 몰려들면 저희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원유선물을 담은 ETF(상장지수펀드)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은 관련 유의사항을 각 판매증권사에 전달하고 고객들에게 고지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한 대형증권사 강남지역 PB팀장은 "최근 고객들 문의는 많이 있었는데 투기성이 너무 높아 투자하지 말라고 말렸다. 유가가 너무 낮게 내려가서 쉽게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는데, 시장을 너무 심플하게 봤다. 선물을 이용하고 롤오버 코스트를 무시했다가 큰 위험에 처한 것"이라고 밝혔다.

 

상장폐지 위기 내몰린 원유 ETN…2兆 베팅한 개미

레버리지 ETN, 유가 전일대비 50% 하락 땐 상장폐지

WTI 5월물 값 마이너스 이어
6월물마저 급락하자 시장 '공포'
지표가치-시장가 괴리 너무 커져
ETN 유동성 공급하는 증권사
"수습할 수 없는 지경" 두 손 들어

지난 21일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 인도분이 43% 폭락했다. 장중에는 하락률이 60%를 넘기도 했다. 22일 아침 눈을 뜬 원유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 투자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일 종가가 7%포인트 더 하락했다면 투자자산을 모두 날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에 상장된 WTI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모든 레버리지 상품은 유가가 50% 하락하면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유가 변동성이 극심해지면서 관련 상품 투자자의 전액 손실과 상장폐지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원유 상품에만 7조원 투자한 개미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원유 관련 ETN ETF 등 상장지수상품(ETP)은 총 18개다. 브렌트유 가격을 따라가는 2개 상품을 제외하면 모두 WTI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산유국 간 감산 합의 무산으로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급락하자 개인투자자가 이 상품으로 몰렸다. 올 들어 개인은 국내에서 원유 ETP 2조371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원유 관련 인덱스 펀드로 유입된 설정액도 4조7446억원에 달했다. 유가 상승에 베팅한 자금만 7조원대에 이르는 셈이다.

지난 20일 WTI 5월물 가격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때도 전문가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21일 만기를 하루 앞두고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된 결과라는 설명이 나왔다. 국내 ETN 상품들은 이미 6월물로 기초자산을 롤오버(근월물 만기가 오기 전에 원월물로 교체하는 것)한 터라 가격에 큰 타격이 없었다.

○만기 많이 남은 6월물 하락 우려

하지만 다음달 19일이 만기인 6월물마저 급락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부분 손실을 넘어 상품 청산 및 상장폐지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ETP 상품은 기초자산(원유)의 수익률을 따라가기 위해 관련 선물 등에 투자한다. 매일 대금을 지불하며 자산을 유지한다. 하지만 지표가치가 0 아래(유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자산가치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상장이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 WTI 6월물도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롤오버 기간(5월 7~14일) 이전에 0 아래로 떨어지면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모든 ETN ETF의 지표가치는 0이 돼 청산 및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기초자산 하루 가격 변동을 두 배로 추적하는 레버리지 상품은 50%만 떨어져도 상장폐지가 불가피하다. 유가가 10달러라고 가정하면 거래가 5달러로 끝나면 모든 레버리지 ETN이 거래 정지되고 청산 절차를 밟는다는 얘기다. 유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상품도 마찬가지다. 유가가 15달러가 되면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레버리지 ETN도 투자금 전액을 잃는다.

○괴리율 축소도 어려워

증권사가 유동성을 공급해 괴리율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평소 증권사는 ETN의 시장가격을 지표가치와 맞추는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한다. 원유선물 1만원어치를 담고 있는 ETN이 이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으면 공급량을 늘려 주가를 떨어뜨리고, 싸게 거래되면 매수해 주가를 올린다. 시장가격이 1만원 인근에서 형성되도록 한다.

하지만 최근 괴리율을 조절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증권사는 지표가치(원유 선물가)의 ±6% 내에서만 ETN 호가를 낼 수 있다. 동시에 모든 상장 종목은 시장가격의 ±30% 범위 내(레버리지 상품은 ±60%)에서 호가를 낼 수 있다. 지표가치가 너무 떨어지고 시장가격이 너무 높아져 두 범위의 접점이 없어지면 LP의 호가 제출이 불가능하다.

22일 신한금융투자는 이런 문제 때문에 ETN 신규 물량을 시장에 풀지 못했다. 지난 21일에는 1조300억원어치(액면가 기준)를 공급했으나 유가 폭락으로 괴리율이 더 벌어져 아예 손을 놓았다. 삼성증권도 최대 2조원의 신규 물량을 상장할 수 있었지만 보류했다.

개인투자자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 다가오자 금융당국은 투자자 말리기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레버리지 원유선물 ETN에 대해 가장 높은 등급인 ‘위험’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이는 금감원이 소비자경보 제도를 도입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거래소는 24일까지 WTI 원유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ETN 2종목에 대해 거래를 정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 상장지수증권(ETN)

원자재나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한 채권 형태의 상품. 거래소에 상장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하지만 자산운용사가 아니라 증권사가 발행한다. ETF ETN을 통틀어 상장지수상품(ETP)이라고 부른다.

 

"진짜 큰일났다 vs 버티면 된다"…원유ETN 투자자 '멘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한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22일 오후 울산시 남구 SK에너지 원유 저장탱크의 '부유식 지붕'이 탱크 상단까지 올라와 있다. 부유식 지붕은 탱크 내 원유 저장량에 맞게 위아래 자동으로 움직이게 된다. 

지난달 투기 광풍이 벌어지며 거래량이 폭증한 원유선물 레버리지 ETN(상장지수증권) 수천 억 원이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22일 원유ETN 종목을 토론하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거래정지 때문에 돈을 뺄 수 없다"며 '나가게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들과 '아직 기회는 남았다'고 끝까지 버티면 승리할 것이라는 이들의 끝장토론이 이어졌다.

한 투자자는 "자신들에게 유리할 때는 투자를 권유하고, 국제유가가 급락해 조금만 반등해 자신들에게 불리해지니 거래정지 시킨다고? 탈출기회는 줘야 되는 게 아니냐"고 성토했다.

지난 8일 주당 3200원(현재 2085원, 거래정지 중)에 삼성 레버리지ETN을 매수했다는 한 투자자는 "(유가가) 싸다고 생각해 안심하고 버티고 있었다. 거래정지가 풀리면 맞을 건 맞고 유가가 다시 올라갈 때 따라 올라가면 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자신을 레버리지ETN에서 8000만원 손실을 봤다고 밝힌 한 투자자는 "다른 곳에서 만회하면 된다. 모두 힘내자"고 격려하기도 했다.

반면 종목토론방에 한 투자자는 "솔직히 레버리지 대박 날 것 같으니까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남이 돈을 따면 배 아픈 거지"라고 했다. 또 다른 투자자도 "한 달만 거래정지 하면 된다. 그 안에 유가는 정상화될 것"이라며 "너무 조급할 것 없다"고 말했다.

한편 레버리지ETN이 추종하는 원유선물 지표가치가 0에 가까이 수렴하면서 시가총액 약 4300억원 규모의 4개 레버리지ETN 증권이 휴지 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투자자 잠정손실액은 40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들 ETN은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총 4개다.

거래소가 투자자 손실 위험을 경고하며 레버리지ETN 거래를 정지시킨 가운데 매매거래정지가 무기한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63원짜리 ETN이 650원에 거래...폭탄 껴안은 '원유개미'들

[원유파생상품 휴지조각 되나]
국제유가 50% 이상 떨어지면
4개 레버리지 종목 전액 손실
유동성 공급 증권사도 '포기'
자진 상폐 등 제도 정비 필요

21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저장탱크들이 대부분 가득 채워져 있다. 아직 비어 있는 탱크들도 이미 예약이 완료돼 저장 공간이 부족한 원유의 추가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공=로이터

국제유가의 유례없는 급락세 속에서 원유상품에 대거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상장지수증권(ETN)과 상장지수펀드(ETF)가 실제 가치 대비 수십~수백%가량 고평가된 가격에도 묻지 마 매매가 이뤄졌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국제유가가 50% 이상 떨어지면 전액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큰 상황이다.

2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새벽 현지에서 43.4%(8.86달러) 하락한 배럴당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전일 종가 대비 68% 떨어지기도 했다. 국내 상장돼 있는 2배짜리 유가 레버리지 ETN 상품의 경우 국제선물 가격이 -50%를 넘어가는 순간 100% 손실로 청산된다. 그나마 종가에 반등하며 휴지 조각을 면했지만 언제든지 유가가 급락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같이 투기성이 강한 유가 상품임에도 이날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는 뜨거웠다. 게다가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된 가격에 ‘묻지 마’ 매수 광풍으로까지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신한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은 전일보다 28.18% 하락한 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 가격은 정상가치를 고려하면 9배나 비싼 터무니없는 가격이다. 이 상품이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원유선물을 토대로 계산한 정당한 가치는 주당 63원22전에 불과하다. 실제가치에서 매매가격을 뺀 ‘괴리율’은 그동안 50~60%선에서 고공행진을 해왔지만 이날 극단으로 치달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이성을 잃은 듯하다”고 말할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래에셋레버리지원유선물혼합ETN도 전일 대비 35.2% 하락한 1,600원에 거래를 마쳤으나 괴리율은 231%에 달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482원으로 장을 마쳤어야 하는 상품이다.

원유 ETF의 경우는 가격제한폭 때문에 실제 가치보다 높게 매매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KODEX WTI원유선물(H)은 가격 제한폭인 30%까지 떨어졌으나 이는 유가 하락 폭인 약 40%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에 종가 기준 괴리율이 32.24%로 벌어졌고 한국거래소는 23일부터 이 종목에 대해 단일가 매매를 적용하기로 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성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조성자들인 증권사들은 사실상 손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거래소가 ‘문을 닫는’ 조치를 취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전일만 해도 1억주 이상의 자체 보유 물량을 쏟아내며 괴리율 줄이기에 안간힘을 썼으나 이날은 백기를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ETN은 1일 거래량이 1억주가 넘는데 현재 신한금투가 보유한 물량은 9,700만주밖에 안 된다”며 “가격 정상화를 위해 손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거래소는 신한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H)과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을 23~24일 거래 정지시키고 오는 27일 단일가매매 방식으로 거래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이 4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22일 기준으로 4,345억원이다. 거래가 정지된 상황에서 국제 유가가 50% 이상 떨어지면 이 상품들은 휴지 조각이 된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당국과 거래소·운용사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에게 연일 투자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달러선인 국제유가가 5달러로 가는 일은 어렵지 않다”며 “한번 전액 손실이 발생하면 영원히 복구될 수 없다는 점을 누차 고지하는데도 도통 투자자들에게 먹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참에 혼탁한 원유 상품 시장에 대한 제도 정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해외처럼 운용사나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상장폐지(조기상환)를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에서는 최근 운용사들이 유가 ETF 등을 자체적으로 상장폐지를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는 관련 규정이 전무하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투자를 방조하는 ‘미필적 고의’가 벌어지지 않게끔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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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 샤오미, 폴더블폰 내놓나...삼성에 패널 요청

삼성전자 (005930)'갤Z플립' 형태 연내 양산 예정, LGD도 공급 가능성 열려 있어

샤오미가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패널 수급을 타진 중이다.

샤오미가 공급을 요청한 폴더블 패널은 삼성전자의 '갤럭시Z플립'에 적용된 클램셸 방식의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대량 양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21일 전자 부품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에게 클램셸 방식의 폴더블 패널 수급을 요청했다.

부품 업계 한 관계자는 "샤오미가 최근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에게 폴더블 패널 수급을 요청했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의 차세대 폴더블 폰 출시와 물량을 고려해 공급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샤오미는 폴더블 폰의 내구성과 기능성을 고려해 힌지 부품도 갤럭시Z플립의 형태(각도 조절)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샤오미가 지난해 특허 출원한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디자인. (제공=윈도유나이티드)

실제로 샤오미는 지난해 중국 특허청에 갤럭시Z플립과 비슷한 디자인의 폴더블 폰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이는 갤럭시Z플립처럼 화면을 위·아래로 접었다 펼 수 있는 방식(클램셸)으로, 별도의 커버 디스플레이도 적용하는 등 갤럭시Z플립과 비슷한 디자인을 갖췄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샤오미향 폴더블 패널 공급 일정을 조율 중인 만큼 샤오미의 초기 폴더블 폰에는 BOE CSOT의 폴더블 패널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1·2위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 CSOT가 폴더블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Z플립'. / 제공=삼성전자 (005930)

중국 소식에 정통한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BOE CSOT는 모토로라의 폴더블 폰(레이저 폴더블)에 적용되는 폴더블 패널을 월 10만(BOE 5만장, CSOT 5만장) 규모로 양산하고 있다"며 "다만, BOE·CSOT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폴더블 패널은 품질 측면에서 격차가 커 샤오미가 하반기에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폴더블 패널을 수급받아 폴더블 스마트폰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샤오미의 폴더블 폰 출시와 관련해 LG디스플레이가 폴더블 패널을 공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LG디스플레이가 샤오미에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공급하는 등 양사가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한 관계자는 "앞서 LG디스플레이가 화웨이에게 폴더블 패널 공급을 타진한 바 있다"며 "샤오미와 화웨이가 최근 LG디스플레이와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에서 협력을 진행 중인 만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폴더블 패널(유기발광다이오드 기준) 출하량은 올해 390만대를 기록, 오는 2026년에는 7천31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LCD 구조조정에 뒤숭숭한 삼성디스플레이 "우리는 어디로 가나"

대형사업부 직원 3000여명, 전환배치 약속 받았지만… 로드맵 없어 불안
LCD 구조조정한 LG디스플레이도 2년간 전체 14% 감원, 희망퇴직 우려도
노조 "구체적인 인력 재배치案 공유해달라" 사측 "구체화 안 됐다"

"사업 정리? 할 건 해야죠. 직원들 거취에 대해서만 회사 측에서 명확하게 공유를 해주면 좋겠어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혹시나 희망퇴직이라도 하는 건 아닐지 불안하네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디스플레이에서LCD(액정표시장치) 생산을 연내 완전히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복수의 직원들은 이처럼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연말로 사업 중단 시점은 다가오고 있는데, 직원들의 거취 문제가 뚜렷하게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대략 2만3000여명 규모의 삼성디스플레이 국내 직원 가운데LCD를 생산하는 대형사업부에서 일하는 인력들의 규모를 3000여명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부나 중소형 사업부로 전환 배치되겠지만 일부는 경쟁사인LG디스플레이처럼 희망퇴직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두 차례 사측에 공문을 보내LCD직원들의 구체적인 전환 배치 계획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만약 희망퇴직을 받을 경우 몇 명 규모로 예정하고 있는지를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사측에서는 "몇 명을 어디로 보낼지 아직 구체적 로드맵은 없다"며 "직원들의 우려처럼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달 31일 아산사업장에서LCD를 담당하고 있는 대형사업부 주요 임직원을 모아두고 설명한 것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라고 내부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말까지LCD사업을 완전히 중단할 것이라면서 관련 개발·제조 분야 직원들은LCD생산이 종료되는 시점에 중소형사업부,QD(퀀텀닷) 분야 등으로 전환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노사 양측은 직원들의 전환 배치 등의 문제를 논의할 교섭 날짜를 5월 중으로 조율 중이다. 다만 이때도 사측에서 구체적인 전환 배치 계획을 확정해 공유하지는 못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측에서 구체적인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확정해야 라인·캐파별로 필요한 인력을 대형사업부에서 가져와 배치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다만 그럼에도 남은 인력은 희망퇴직으로 내보낼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희망퇴직을 한다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에도 직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사인LG디스플레이도LCD본격 구조조정을 시작한 최근 2년 사이 관련 생산직·사무직 임직원 6500여명을 감원한 바 있다. 전체 임직원의 14% 수준이다.

또 전례를 고려했을 때 일부 대형사업부 직원이 삼성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헤쳐 모여’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8세대 LCD 라인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에 매각하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의 사업 전환을 본격화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말까지 국내, 중국의 7·8세대 라인을 모두 정리할 계획이다. 국내 라인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의 전환 투자를, 중국 라인을 현지 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7세대 라인에서 월 16만5000장, 8세대에서 36만3000장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이것이 내년부터 제로가 된다.

이 같은 급격한 사업 구조조정은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 가격 하락이라는 구조적 열세에 따른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집계를 보면, 출하량 기준으로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한 한국의 대형 LCD 점유율은 24.7%로 이미 중국(39.9%)은 물론, 대만(30.9%)에도 밀린 상황이다. 옴디아는 올해 한국 점유율이 21.6%로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기 뒤엔 반드시 기회"…삼성디스플레이, 퀀텀닷 설비 강화

OLED기반 대형 QD 생산라인 증설
12개 주요협력사 총 4440억원 계약

삼성디스플레이, 최근 3개월 간 주요 협력사 계약 현황

삼성디스플레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내년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양산을 위한 설비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기존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라인을 정리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반의 대형 QD디스플레이 사업으로 빠르게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이후에 찾아올 디스플레이 수요 확대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선제적인 투자로도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최근 3개월간 12곳의 주요 협력사와 총 4440억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초격차 전략으로써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에 2025년까지 총 13조1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청사진의 일환이다.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업체 중 평판디스플레이 및 인쇄회로 기판 제조기업 필옵틱스는 이 기간 회사와 총 812억원의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필옵틱스는 주로 회사에 디스플레이 원판 레이저 컷팅 장비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226억원)을 비롯해 2월(69억원)과 1월(163억원), 지난해 12월(354억원)까지 매달 삼성디스플레이 및 베트남 법인과 5건을 계약했다.

FPD(평면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장치 공급을 위해 에프엔에스테크와도 지난해 말 694억원, 올해 2월 112억원 등 총 806억원을 계약했다. 원익IPS와는 올해 8월까지 676억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제조장비를 공급받기로 했다. 로체시스템즈(621억원), HB테크놀러지(595억원), 아이씨디(225억원) 등 주로 QD 디스플레이 라인 셋팅을 위해 총 200억~600억원대 규모의 장비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디스플레이 공정장비를 주로 제조ㆍ판매하는 기업 힘스와 지난달에만 총 89억원 규모의 공급계약 3건을 진행했다. 이외 디아이티(166억원), 티에스이(138억원), 영우디에스피(129억원), 제이스텍(86억원), 파크시스템즈(17억원) 등으로부터 생산공정에 필요한 원자현미경 등 디스플레이 장비를 공급받기로 했다.

지난달까지 체결한 계약기간이 대부분 오는 8월 종료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 내 충남 아산캠퍼스 내 QD 디스플레이 양산을 위한 'Q1라인'의 기본 셋팅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후 하반기 QD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의 시험 운영에 들어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Q1라인에서는 1차로 65인치 이상 패널 3만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예정대로 차세대 QD 디스플레이 사업 강화에 나서는 것에 대해 '코로나19 위기 이후' 기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IT업계와 개최한 코로나19 대응 산업계 대책회의 참가자들도 코로나19 이후(Post-Corona) 기회를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LCD시장에서 중국에 이미 추월당한 상황에서 한국이 기술우위를 가진 OLED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며 "정부가 신성장 연구개발로 세액공제 대상 확대 등 혁신기술 개발을 과감하게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IT 업종이 그나마 버텨주고 있어 다행스럽다"면서도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기업인의 해외출입국 제한, 시험ㆍ인증 애로를 조속히 풀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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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바이오센서 로 1분만에 진단'…

기초과학지원연구원, 그래핀 센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결합시 전류 세기 변화 감지

국내 연구진이 첨단소재인 그래핀을 이용한 바이오센서로 1분만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

환자의 코에서 채취한 검체를 그래핀과 항체가 있는 센서에 시험하는 과정.

검체 속 바이러스가 항체와 결합하면서 전류가 미세하게 달라지고 이를 그래핀이 포착한다./ACS Nano

박창균·김승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 연구팀은 코로나 바이러스 검출을 위한 전계효과트랜지스터(FET) 기반의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고 최근 ACS 나노 논문을 통해 밝혔다. 평평한 판 모양으로 생긴 이 센서는 바닥에 코팅된 그래핀 층과, 그 위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특정 항체로 이뤄졌다.

이 센서는 항체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결합하면 FET에 흐르는 전류의 세기가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했다. 전류의 변화가 미세하지만, 전기가 잘 통하는 그래핀을 사용해 센서가 미세한 변화도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이 면봉으로 코에서 채취한 검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이 센서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결합되자 1분도 안 돼 그래프상 전류의 세기가 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1분 만에 코로나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그래핀 기반의 센서는 간단하고 신속한 검사를 가능케 한다"고 했다. 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를 구별할 수도 있다"며 "(이 센서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매우 민감하게 검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다만 연구팀은 "보다 정확한 탐지를 위해서는 새로운 FET 센서 재료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매우 미세한 전류 변화를 정확히 감지해야 하는 만큼 상용화를 위한 과제들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신기술 국내 연구팀 개발

기초과학지원연 김승일 박창균 박사팀
전기 잘통하는 그래핀 위에 항체 결합
코로나 바이러스 결합하면 전류 변화
바이러스 신호와 잡음 구분이 과제

벌집 모양의 그래핀 위에 바이러스에 결합하는 항체(파란색)을 붙인 새로운 코로나 진단기기.

항체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가 결합하면 그래핀에 흐르는 전류가 달라져 바로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ACS Nano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1분도 안돼 진단하는 바이오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의 유전자 검사는 물론, 항체 검사법보다 훨씬 간편해 상용화되면 코로나 감염 환자를 조기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박창균, 김승일 박사 연구진은 미국 화학회(ACS)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ACS 나노’지에 “면봉으로 코에서 채취한 검체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는지 1분 안에 알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현재 코로나 진단은 면봉으로 코에서 채취한 검체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있는지 알아보는 유전자 검사 방식을 쓴다. 이 경우 검체에 극미량 있는 유전자를 증폭하는 과정이 필요해 진단까지 최소 3시간이 걸린다.

최근 새로 개발된 혈액 검사법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단백질(항원)을 키트에 붙여놓고 혈액에 이에 대항하는 면역물질인 항체가 있는지 알아보는 방식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몸에 항체에 형성됐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혈액 검사법은 증상이 없는 감염자도 가려낼 수 있지만 피를 뽑아야 하고 아직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해 널리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연구진은 기존 진단 방식의 단점을 바이러스 항체로 해결했다. 먼저 센서 바닥에 전기가 잘 통하는 그래핀을 깔았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6각형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평평한 판(板) 형태 물질로 전기가 구리보다 100배 더 잘 통한다. 그 위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를 붙였다. 이 항체에 환자의 검체에 있는 바이러스가 결합하면 전류가 미세하게 달라지는데 그래핀은 워낙 전기가 잘 통해 이런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코로나 감염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코에서 채취한 검체를 새 센서로 검사했다. 아무런 준비 과정 없이도 바이오 센서는 환자와 건강한 사람을 정확하게 구분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연구진은 “아직 유전자 진단키트가 민감도에서 이번 바이오 센서보다 2~4배 나은 상황”이라며 “새로운 재료를 쓰면 바이러스 결합 신호와 주변 잡음을 더 잘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센서에는 중국에서 개발한 코로나 바이러스 항체를 썼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더 잘 결합하는 항체를 개발하면 진단 정확도가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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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 한고비 넘긴 두산重…수은, 5억 달러 채권 '대출 전환'

두산중공업이 한고비를 넘겼다. 수출입은행이 두산중공업 외화채권 5억 달러를 원화대출로 전환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수은은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을 상반기 중 확정하겠다면서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두산중공업이 이달 27일 만기인 외화채권 상환금을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았다. 사진은 8일 서울 중구 두산타워.

21일 수출입은행은 확대여신위원회를 열고 두산중공업 외화채권 상환 재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27일 만기가 돌아온 외화 공모채(5억 달러) 상환을 위해 5868억원의 원화대출을 내주기로 한 것이다. 수은은 2015년 4월 두산중공업이 이 외화공모채를 발행했을 때 지급 보증을 했던 금융사다.

수은이 새로 내주는 원화대출의 만기는 1년이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6개 금융기관과 원화를 지급하고 외화(달러)를 받는 선물환 계약을 체결해놓은 상태다. 선물환 계약조건에 따라 이 원화대출금을 달러당 1170원대의 환율로 환전해 외화채권을 상환할 예정이다.

자구안은 상반기 중 확정이로써 두산중공업은 당장의 급한 불은 껐다. 앞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총 1조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두산중공업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은 4조9000억원, 이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4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5868억원 대출과 산은·수은의 1조원 긴급 운영자금, 자체 보유 현금(3460억원)을 다 합쳐도 추가로 2조원가량이 더 필요하다.

두산그룹은 채권단에 지난 13일 자구안을 제출했다. 당시 두산그룹은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자구안엔 두산솔루스·두산퓨얼셀을 매각한다는 계획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수출입은행 본점.

채권단은 전문컨설팅 기관의 실사를 거쳐 상반기 중에야 자구안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수은은 이날 보도참고자료에서 “재무·영업 관련 실사, 자구안의 실현가능성, 상환가능성, 국가 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상반기 중 최종안 확정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이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자구안 타당성과 실사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택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채권단 자율협약은 법적 구속력 없이 채권단과 기업 간 협의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수은, 정부에 자본확충 요청 검토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의 지원요청이 이어지면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산은과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각각 13.97%, 14.48%로 국내 은행 평균(15.25%)보다 낮은 수준이다. 반면 부실채권 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은 산은 2.67%, 수은 1.79%로 시중은행(0.41%)과 비교해 훨씬 높다.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위기 기업에 대한 지원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돼 국책은행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수은 측은 “긴급자금 1조원을 지원하면서 두산중공업의 보유 주식과 부동산 등을 담보로 확보해뒀다”며 “두산중공업 지원으로 손실이 발생하는 등 필요한 경우엔 정부에 자본확충을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굴지의 원전기업서 '밑 빠진 독'으로…두산重, 결국 공기업화 되나

6000억 외화채권 대출 전환
기존 차입금도 만기 연장

채권단, 신규 자금 지원은 보류
내달 초 검토 후 결정

올해 갚아야 할 빚이 4조원을 넘는 두산중공업이 유동성 위기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장 오는 27일까지 상환해야 하는 5억달러(약 6000억원) 규모 외화채권을 대출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면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이 외화채권은 올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수은 “추가 지원 문제는 별개”

수출입은행은 21일 방문규 행장 주재로 확대여신위원회 회의를 열어 두산중공업에 외화채권 상환 목적으로 5868억원을 대출해주는 안건을 승인했다. 만기가 ‘1년 이내’로 짧지만 두산중공업으로선 상당한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수은의 두산중공업 대출잔액은 약 1조4000억원으로 늘었고 보증잔액은 5000억원으로 줄었다.

이날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수은은 두산중공업이 이 외화채권을 발행할 때 지급보증을 섰다. 두산중공업이 갚지 못하면 수은이 대신 갚고 나중에 두산 쪽에서 받아내야(구상권 행사) 하는 구조다. 자구안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채무불이행’ 딱지가 붙도록 방치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대출 전환을 해주지 않으면 두산중공업이 채권을 추가 발행해 갚아야 하는데 신용등급이 BBB로 떨어져 쉽지 않다.

다만 수은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두산중공업에 대한 채권단의 추가 지원 방침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수은은 이날 대출 전환 외에 수천억원 안팎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수은은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대한 만기 연장 성격”이라고 했다. 채권단은 “국책은행 지원자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강도 높은 ‘고통 분담’을 전제로 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우리·농협은행도 만기 연장 시작

두산중공업은 차입금 570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 5000억원어치 등은 자체 보유한 자산과 채권단이 지원해준 ‘마이너스 통장’(1조원 한도대출)으로 상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 정도 ‘긴급 수혈’로는 정상화가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연말까지 필요한 부족자금이 2조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책은행과 우리·농협은행 등은 올해 돌아오는 대출금 2조5000억원가량의 만기를 연장해줄 분위기지만 외국계 은행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채권단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전체 채무액은 4조9000억원가량이다. 산업은행(7800억원), 수은(1조4000억원), 우리은행(2270억원), 농협은행(1200억원), SC제일은행(1700억원) 등이다.

산업계에서는 채권단이 다음달 초 발표할 경영정상화 방안의 핵심은 지배구조 개편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산은은 지난달 두산중공업과 자회사·손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을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다른 계열사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두산중공업을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지분이 담긴 투자부문과 두산건설을 아래에 둔 사업부문으로 나눈 뒤 (주)두산 아래 투자부문을 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20년 만에 다시 공기업화?

금융권에서는 그룹에서 따로 떼어낸 두산중공업의 거취를 두고 공기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두산중공업의 전신은 한국중공업으로, 외환위기를 계기로 2000년 두산그룹에 넘어오기 전까지 공기업이었다.

산은이 출자전환 등을 통해 두산중공업을 인수한 뒤 한국전력 자회사로 둘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전은 산은이 32.9%, 정부가 18.2%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추진이 불가능하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두산중공업을 매각해야 하는데 다른 사기업이나 해외 기업에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가능한 한 회사 몸집을 줄이기 위해 두산중공업의 플랜트 부문, 두산건설 등을 매각하고 인력 구조조정 등도 거칠 것이란 분석이다.

 

수은, "두산중공업 대출은 만기연장 성격"

서초구 두산중공업 서울사무소 앞

한국수출입은행은 두산중공업에 5868억원의 대출을 해 주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의 외화사채 5억 달러 상환하기 위한 차원이다.

수은은 21일 방문규 행장 주재로 확대여신위원회를 열고 두산중공업에 대한 금융지원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대출만기는 1년이다.

두산중공업은 오는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5억 달러 규모의 외화사채를 갚기 위해 수은에 지원을 요청했다.

수은은 해당 외화사채에 지급보증을 했기 때문에 두산중공업이 갚지 않으면 대신 갚아줘야 한다. 수은이 두산중공업에 추가로 대출을 결정한 배경이다.

다음은 두산중공업 추가 대출 관련, 일문일답이다.

-두산중공업 외화채권 상환 재원 지원을 위한 대출을 지원한다는 것은 향후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에서 두산중공업에 추가 지원을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인지?

▶추가지원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만기연장과 같은 성격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효과가 유지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위, 금감원, 은행연합회, 수은, 산업은행, 시중은행 등 21개 기관이 3월23일 체결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협약」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추가 지원은 두산그룹의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재무구조개선계획(자구안)의 타당성과 실행가능성, 구조조정 원칙 부합 여부, 채권단의 자금지원 부담 및 상환 가능성, 국가 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두산그룹과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

-두산중공업의 외화공모채 상환 재원 지원용 대출금의 조건은 무엇인지? 외화공모채인데 상환 재원을 원화로 대출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두산중공업이 거액의 원화를 일시에 환전하면 시장에 충격은 없는지?

▶대출금액은 5868억원으로 원화대출이다. 대출기간은 1년 이내다. 대출통화를 원화로 정한 것은 두산중공업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외화공모채(5억달러) 만기상환을 위해 원화를 지급하고 외화(달러)를 받는 선물환(F/X) 계약을 국내 시중은행 등 6개 금융기관과 이미 체결했다. 두산중공업은 선물환 계약 조건에 따라 현재의 환율보다 유리한 1170원대의 환율에 외화로 환전할 예정이다.

통상 기업과 선물환 계약을 체결하는 금융기관은 선물환 계약 체결시점에 다른 금융기관과 반대거래를 체결해 환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두산중공업이 일시에 환전을 하더라도 외환시장에 충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구안 내용에 관해 여러 내용이 시장에서 회자되는데, 자구안 내용 확인이 가능한지? 불가능하다면 채권단에서 최소한 요구하는 수준은 무엇인지?

▶두산그룹이 4월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것처럼 두산그룹은 자구안과 관련 ‘정상화와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해 검토를 진행 중’이다.

자구안에 대한 내용은 두산그룹 측과 협의 중인 상황이다. 두산그룹의 요청에 따라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

-실사경과 및 향후 일정, 그리고 자구안이 최종 확정되는 시기는 언제인지? 두산중공업 정상화 시기는 언제로 예상하는지?

▶실사는 전문컨설팅 기관을 통해 진행하고 있으며, 재무 및 영업 관련 실사, 자구안의 타당성 및 실현가능성, 상환 가능성, 국가 기간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정확하고 상세한 검증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최종안이 확정되는 시기는 상반기 중으로 예상된다.

아직 경영정상화 방안이 확정되기 전으로 두산중공업의 정상화 시기를 예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은행과 협조하여 두산중공업이 조속히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자구안에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지? 노조와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나갈 계획인지.

▶두산중공업은 이미 2월부터 명예퇴직 등 인적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으며('20.3.11자 두산중업공 공시 참조) 회사 차원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채권단 자율협약 상태에 들어갈 가능성은?

▶채권단은 자구안의 타당성과 실현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전문컨설팅 기관의 실사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두산중공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방안을 선택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이 올해 상환해야하는 자금 규모가 4.2조원 수준인데, 기존에 발표한 1조원과 금번 약 6천억원 외화채 상환 지원 이후 추가로 필요한 자금 규모는 얼마인지?

▶두산중공업의 시장성 차입금 잔액은 약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추가로 필요한 자금 규모는 실사가 완료된 이후 확인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자율적으로 기존채권 회수 자제 및 만기 연장 등의 방법으로 지원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이 있는데, 두산중공업에 지원한 대규모 재원을 회수할 계획에 대해서 설명해주시기 바란다.

▶두산그룹의 자구안에 대한 실사를 통해 실행 가능성과 채권단 지원 자금의 상환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책은행 지원자금이 정상적으로 회수되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익스포져가 상당한 수준인데, 이에 대한 담보는 적절히 설정되어 있는지?

▶산업은행과 공동으로 지원한 긴급 운영자금 1조원(수은 5000억원)에 대해서도 계열주, 대주주(㈜두산), 두산중공업의 고통분담과 책임이행 등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 주식 및 부동산 등을 담보로 취득한 바 있다.

긴급 운영자금 1조원 외 기존 지원한 여신에 대해서도 수은은 두산중공업 보유 부동산, 계열사 주식 등 상당한 수준의 담보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추가 지원에 대하여 시중은행과는 어느정도 협의가 되고 있는지?

▶시중은행은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협약」과 산업은행이 개최한 채권은행 회의 등을 통해 회사 정상화를 위해 자율적으로 기존채권 회수 자제 및 만기 연장 등의 방법으로 지원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피해기업을 지원하는 국책은행에 필요시 자본확충을 지원한다고 발표하였는데, 두산중공업 지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정부에서 자본확충을 지원할 예정인지?

▶전 산업분야에 걸쳐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을 위한 수은 등 금융기관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이다. 필요한 경우 정부 앞 자본확충 등을 요청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수은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입·해외진출 기업을 위해 20조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여 적극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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