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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는 결국 부활에 실패했다. 법원이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면서다. 같은 날 법원이 회사 임원들의 성분 조작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인보사가 국내에 시판되기는 불가능해졌다.

 

코오롱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사진 코오롱생명과학]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홍순욱)는 19일 오후 코오롱생명과학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상대로 낸 제조판매 품목 허가취소 처분의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현재 인보사가 국내 시장에서 퇴출당한 상태가 유지된다는 얘기다.

 
 

“주성분 고의 조작은 아니지만, 허가 취소될 만했다”

재판부는 인보사 성분 자체나 허가 과정에서의 고의 조작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식약처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코오롱 생명과학이 품목허가에서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을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제출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또 “식약처가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조작된 인보사 2액 세포(태아신장유래세포)를 안정성이 결여된 의약품으로 보기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약품이 생명이나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므로 품목허가서에 다른 사실이 기재된 것이 밝혀졌다면 품목허가 처분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인보사 허가 취소 처분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체에 직접 투여되는 인보사 주성분이 동종연골유래세포가 아닌 태아신장유래세포라는 사실이 확인됐으므로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다"며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직권으로 취소한 처분에 위법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인보사' 품목허가 증명 자료 허위 제출 개요  

코오롱 임원들 조작 혐의는 무죄…"식약처 검증 미흡 의심"

인보사는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국내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다.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를 도입한 형질 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2액의 형질 전환 세포가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종양 부작용이 있는 신장세포로 밝혀지자, 2019년 5월 식약처는 직권으로 제조판매허가를 취소했다. 그러자 코오롱생명과학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별도로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은 고의로 성분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2월 검찰은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를 구속 기소하고 7월엔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조모 코오롱생명과학 의학팀장(이사) 및 김모 바이오연구소장(상무)의 성분 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아직 진행 중인 이웅렬 전 회장과 이우석 대표 재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조작 관련 혐의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각각 법원에 출석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위)와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아래). 이 중 이우석 대표에게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오전까진 ‘화색’, 주가도 상한가 치솟아→오후 ‘침울’

조씨 등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보조금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조씨와 김씨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자료에 기재해 품목 허가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인보사 품목 허가 과정에서 식약처의 검증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조씨는 인보사 개발 과정에서 식약처 공무원에게 약 200만 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만 인정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오전까지만 해도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의 무죄 판결 소식이 알려지며 인보사 허가 취소 건에 대해서도 희망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코오롱생명과학 주가가 상한가까지 뛰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인보사에 대해 정반대 판결이 나오자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의 법적 대리인인 화우 측은 “판결문을 꼼꼼히 읽어보고 이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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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160) 코오롱티슈진 - 코오롱 ‘인보사’ 부활의 숨은 이야기

 

코로나19로 다시 본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20여 년 연구 개발과 2000억 투자의 결정체
●2017년 식약처 품목허가 받으며 ‘K바이오 선두주자’로 부상
●주사액 성분 논란으로 벼랑 끝 몰렸다 미국 임상 재개로 기사회생
FDA “임상보류 이슈 모두 만족스럽게 해결됐다”
FDA 전립샘암 세포 잘못 넣은 방광암 치료제 임상재개 허가
●“신약 허가, 작은 실수보다 안전성, 유효성에 집중해야”
●국내 소송 결과에 제약업계 관심 집중

“약 하나 개발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을 보며 많은 이가 하는 얘기다. 지난해 말 국제 사회에 처음 보고된 코로나19는 무서운 속도로 지구 곳곳에 퍼져나가고 있다. 각국 정부가 국경 문을 닫아걸고 사람 간 접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보려 애쓰지만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으로 번진 코로나19 기세를 꺾으려면 백신 또는 치료제 개발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이 과정이 너무나 어렵다는 데 있다. 미국 최고 감염병 전문가로 통하는 앤소니 파우치 박사는 5월 12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 화상 연결 방식으로 출석해 백신 개발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갖지 말 것을 당부했다. 백신이 만들어지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개발된다 해도 그 효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막대한 돈과 인내심 요구하는 도박”실제 제약업계에서 신약 개발은 ‘막대한 돈과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종의 도박’으로 여겨진다. ‘마법의 탄환’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만성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도 탄생하기까지 40년 넘는 세월이 걸렸다. 1960년, 미국 필라델피아대 연구진이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 백혈구에서 비정상 염색체를 발견했다. 이때부터 진행한 연구의 결실이 치료제 임상시험으로 이어진 건 1998년의 일이다. 신약이 판매허가를 받으려면 보통 3차에 걸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이를 각각 1상, 2상, 3상이라고 한다. 이를 마치는 데만 최단 5년 이상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글리벡은 1상부터 놀라운 백혈병 치료 효과를 보였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이례적으로 빠른 3년 만에 판매를 허가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글리벡 개발 기간은 훨씬 더 길어졌을 것이다. 

노바티스는 글리벡 개발까지 투여된 비용이 약 8억8000만 달러라고 밝혔다. 우리 돈 1조 원이 넘는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투자는 주효했다. 한 해 10억 달러(한화 약 1조23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이른바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으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당수 제약사는 신약 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도 아무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약 후보물질이 제품화돼 시장에 나올 확률은 0.01~0.02%에 불과하다. 1만 개 물질을 연구해야 간신히 한두 개를 건지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신약 개발은 오랫동안 일부 글로벌 제약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부터다. 정부는 이 무렵 ‘바이오산업’을 ‘첨단기술 분야 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이 전망되는 유망 산업’으로 평가하고 육성을 꾀했다. 산업연구원이 1999년 펴낸 보고서 ‘생물·의약산업의 발전전략’에는 ‘항암제 인터페론 1g 당 가격이 금의 357배, 반도체(256M DRAM)의 14배’라는 대목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신약 한 개의 순이익이 자동차 300만 대의 순이익과 맞먹는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도전적인 기업들도 하나둘 관련 연구와 투자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후반 제품 개발을 시작한 국산 신약 가운데는 최근 미국 FDA 임상시험 3상 재개 결정을 받은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도 있다.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탄생

2017년 7월 한국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주.

코오롱그룹이 인보사 후보물질을 검토해 사업화를 결정한 건 1998년 11월로 알려졌다. 코오롱은 이듬해 미국에 바이오기업 티슈진(현 코오롱티슈진)을 설립하고, 2000년 한국에 티슈진아시아(현 코오롱생명과학)를 세웠다. 인보사가 2017년 7월 한국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품목허가를 받기까지 20년 가까운 연구 개발 노력이 있었던 셈이다. 

당시 식약처는 인보사 국내 판매를 허가하며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 환자에게 인보사를 1회 주사하고 1년 후 환자가 느끼는 무릎 통증 개선 정도와 기능 개선 정도를 확인한 결과 약품의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골관절염은 뼈와 뼈가 맞닿는 관절 부분의 연골이 닳아 생기는 염증성 질환이다. 무릎 골관절염의 대표 증상은 통증과 기능 저하로, 상당수 환자가 걷는 것조차 힘겨워하고 이는 곧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세계적으로 무릎 골관절염 환자가 증가 추세다. 하지만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그동안 많은 이가 진통제를 투여하거나 관절 주변 근육강화훈련을 하는 것으로 상태를 관리하다 증상이 악화하면 인공관절 수술을 받곤 했다. 인보사는 주사 한 번에 무릎 통증 및 기능 장애를 1년 이상 개선하는 효능이 확인된 세계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편리성과 치료효과 양 측면에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8년 다국적제약사 먼디파마와 5억9150만 달러(당시 환율기준 약 6680억 원) 상당의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중국 하이난성(2300억 원),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1000억 원), 홍콩·마카오(170억 원), 몽골(100억 원) 등과 제품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인보사가 기록한 수출 계약액은 1조 원이 넘는다. 국내에서도 출시 6개월 만에 치료환자 수 1000명을 돌파하는 등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주요 성분 세포 착오가 드러나 국내 제품 생산과 판매가 전면 중단되고,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같은 문제로 코오롱티슈진이 미국에서 진행하던 임상시험 3상도 잠정 중단됐다. 코오롱은 국내에서 식약처를 상대로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미국에서는 임상시험 재개를 위한 노력을 펼쳐왔다. 마침내 4월 11일 FDA가 인보사 미국 임상시험 재개를 결정하면서 ‘인보사 사태’는 또 한 번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FDA는 이날 코오롱티슈진에 공식 서한을 보내 “임상 보류의 원인이 됐던 모든 사안이 만족스럽게 해결됐다. 인보사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해도 좋다”고 알렸다. 미국에서나마 ‘글로벌 신약 개발’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셈이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관련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미국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 FDA가 많은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인보사 투여를 허용했다는 사실은 인보사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증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개발 초기 발생한 실수, 2019년 발견해 보고

(강석연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2019년 5월 28일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인보사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코오롱은 FDA 결정이 인보사 안전성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불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인보사가 허가취소 상황까지 내몰린 배경에 바로 안전성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주사 2액 성분이다. 

인보사는 두 개의 주사액으로 구성돼 있다. 1액에는 인간유래 연골세포가 들어 있다. 2액 또한 인간유래 연골세포이지만, 그 안에는 연골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물질(‘TGF-β1’ 유전자)을 주입한 형질전환 세포가 들어가 있다. 이 두 주사액을 3:1 비율로 섞은 후 관절강에 투여해 무릎 골관절염을 개선하는 게 인보사의 치료 원리다. 

당초 코오롱생명과학은 인간유래 연골세포에 TGF-β1을 넣어 2액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내용으로 식약처 품목허가도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코오롱티슈진이 미국에서 3차 임상시험 도중 실시한 유전자검사 결과 2액의 주성분이 신장유래세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코오롱이 식약처와 FDA에 이 내용을 알리면서 이른바 ‘인보사 사태’가 시작됐다. 

코오롱은 2액에 신장유래세포가 들어간 것은 “전적으로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해명한다. 이 논란을 이해하려면 일단 2액에 들어간 형질전환 세포의 개념부터 살펴봐야 한다. 형질전환은 일반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새로운 특성을 갖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세포에 유전자를 끼워 넣으려면 운반체(벡터)가 필요하다. 인보사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벡터로 사용했다. TGF-β1 유전자를 탑재한 바이러스를 제작한 뒤 이것으로 2액 연골세포를 감염시키는 방법을 썼다. 

그렇다면 신장유래세포는 어떤 단계에서 어쩌다 들어간 것일까. 코오롱생명과학은 바이러스 배양 단계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신장유래세포는 세포분열이 빨라 단시간에 바이러스를 증식시키기에 유리하다. 연구진은 2액의 연골세포 성장을 더욱 촉진시키기 위해 신장유래세포에 TGF-β1 유전자를 탑재한 바이러스를 넣고, 이것을 정제해 2액 연골세포에 옮겨 넣었다. 

원칙대로 하면 이때 신장유래세포를 모두 걸러냈어야 했다. 바이러스만 2액 연골세포에 넣는 게 애초 계획이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신장유래세포가 섞여 들어갔다. 그 사실을 모른 연구진이 성장촉진물질을 잘 발현하는 세포를 선별해 2액을 만들면서 신장유래세포가 2액의 주성분이 됐다는 게 코오롱 측 설명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세포주를 완성했을 때는 유전자 검사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아 신장유래세포 혼입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이때 완성한 세포주를 세포은행에 보관해두고 이후 계속 사용했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에서 인보사 개발, 임상, 상용화를 거치는 동안 사용한 주사액 성분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보사는 애초부터 신장유래세포가 포함된 상태에서 한국과 미국의 안전성, 유효성 테스트를 거쳤다는 의미다.

“가짜 약 절대 아니다”

FDA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임상시험 1상은 보통 20~100명을 대상으로 수개월에 걸쳐 약물 안전성 및 적정 용량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약 후보 물질이 1상을 통과하는 비율은 70% 정도다. 이후 제약사는 동일 약물을 수백 명의 환자에게 투여해 수개월에서 최장 2년에 걸쳐 약물 효능 및 부작용을 확인하는 2상에 돌입한다. 이 과정을 거쳐 3상까지 하게 되는 약물은 33%에 불과하다. 마지막 3상은 다시 300~3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4년 동안 약물 효능 및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하는 단계다. 여기서 다시 70~80%의 신약 후보가 탈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인보사는 국내에서 1~3상을 모두 통과해 품목허가를 받았다. 2017년 시판 후 판매가 중단되기까지 투약한 환자도 3707명에 이른다. 식약처 조사결과, 이 과정에서 약물 관련 중대한 부작용 사례는 확인된 게 없다. 식약처는 “시판 후 보고된 이상증세는 주사 부위 통증이나 다리 부종 등이며 안전성이 우려되는 부작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발 초기 세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가 15년 만에 세상에 알려지면서 인보사의 신뢰는 크게 추락했다. 특히 일각에서 증식력이 왕성한 신장유래세포가 체내에서 종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제기해 안전성 논란에 불을 붙였다. 

코오롱은 이에 대해 “형질전환 세포는 신장유래세포로 만들지 않아도 일반 세포에 비해 증식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인보사는 제조 과정에서 형질전환 세포에 방사선을 쪼여 종양 발생 위험성을 없앴다”고 해명했다. 이 내용을 “식약처, FDA에 보고하고 확인을 받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또 “인보사는 혈관이 없는 무릎 관절강에 주사하는 약물로, 만에 하나 신장유래세포가 종양으로 변한다 해도 그것이 혈관을 타고 다른 부위로 전이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사태는 잠잠해지지 않았다. 급기야 인보사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가짜 약’이며, 코오롱은 세포가 바뀐 사실을 알고도 이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비난까지 일었다. 결국 식약처는 품목허가를 취소했고, FDA는 3상 임상시험을 중단한 채 관련 문제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후 내린 결론은 식약처와 다소 차이가 난다. 식약처는 허가 당시와 다른 성분이 검출된 것을 문제 삼았지만 FDA는 임상시험을 중단할 만한 사안으로는 보지 않은 셈이다. 

한편 인보사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검찰 수사로 이어져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2월 △식약처 허가 과정에서 신장유래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숨기고(위계상의 공무집행방해) △인보사 성분을 속여 효능을 허위·과장 광고(사기)했다는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 대표는 4월 29일 열린 첫 공판 진술에서 “실수에 대해서는 고개 숙여 사과하지만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 제조 과정의 투명성 등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많은 경험이 요구되는 분야로 오랜 세월 관련 연구를 지속한 다국적 제약사와 달리 국내 기업은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많다. 실수와 실패를 경험삼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지 않으면, 그러지 않아도 힘든 산업 분야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많은 제약사가 코오롱의 소송 결과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히트바이오로직스가 2016년 방광암 세포치료제에 방광암 유래세포가 아닌 전립샘암 유래세포를 넣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논란을 빚은 일이 있다. 당시 임상이 중단됐지만 FDA가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임상재개를 허가한 일이 있다고도 한다. 

제약산업에 정통한 또 다른 인사도 “FDA는 임상시험 허가 결정을 내릴 때 문서상의 오류나 실험실 상의 착오보다는 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FDA가 인보사 3상을 허가한 건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제약산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국우선주의가 확산하면서 백신 개발력 등 바이오산업 경쟁력이 ‘보건 안보’의 바탕으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이에 우리나라도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토종 제약사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때 K바이오의 대표주자로 통했던 인보사의 미래에 많은 이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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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티슈진, 美 FDA '인보사' 임상 재개 승인 '낭보'

11일 코오롱그룹 고위 관계자 "인보사 임상 3상 재개 사실 확인"

미국 FDA가 '성분 변경' 논란중인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에 대한 임상 3상 재개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인보사케이주 대책안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11일 코오롱그룹 고위 관계자 "인보사 임상 3상 재개 사실 확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성분 변경' 논란을 빚은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에 대한 임상 재개를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코오롱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FDA가 이날(미국시간) 인보사의 임상 3상 재개를 허용하기로 하고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오후에 "미국 FDA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 인보사케이주에 대한 임상 재개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벼랑 끝에 몰려 있던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기사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당초 미국 FDA는 현지시간으로 11일 인보사의 임상 3상 재개 여부에 대한 입장을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코오롱티슈진 측이 지난달 11일 임상 재개 건과 관련한 두 번째 추가자료를 제출한 것에 따른 것으로 통상 FDA 심사는 서류 접수 후 30일의 검토 기간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이와 관련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관계자는 "인보사 임상 3상 재개와 관련해 미국 FDA의 승인을 기다리는 건이 있는 것은 맞다"며 "인보사 임상 재개에 대한 건과 관련해 (서류 제출 후) 30일 정도 된 상황이다. (승인이 났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보사는 앞서 2액이 기존 허가신청자료에 기재됐던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내에서 품목허가 취소를 받았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5월 3일 성분 변경을 이유로 임상 3상이 중단된 바 있다.

이에 코오롱티슈진 측은 FDA에 임상 3상 재개를 요청하고 지난해 8월 23일과, 지난달 11일 총 두 차례 추가자료를 제출했다.

당시 FDA 측이 인보사에 추가로 요구한 사항은 '임상 시험용 의약품 구성성분에 대한 추가 특성분석이다. FDA는 △HC(제1액)의 연골세포 특성 분석 자료 보완 △TC(제2액)의 gag, pol 유전자 염기서열분석 △방사선 조사 전·후의 형질전환 세포에 외피 유전자(env gene)를 각 도입 후 레트로바이러스 생성 여부 확인이 필요하다고 요했다.

업계는 인보사에 대한 미국 FDA 임상 3상 재개 결정이 떨어진 만큼 코오롱생명과학이 반전의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제공

벼랑 끝에 몰린 코오롱생명과학에 남은 기회는 미국 FDA 측의 임상 재개 승인뿐이었던 만큼, 업계는 이번 결정에 따라 코오롱생명과학이 극적인 반전을 꾀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미국 임상 재개를 통해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인보사와 관련된 소송 등 불리한 상황을 뒤엎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코오롱 측은 국내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와 이에 따른 다양한 소송에 직면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5월 29일 인보사 품목허가를 취소했으며,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 코오롱티슈진에 대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현재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코오롱티슈진에 12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한 상태다.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인보사를 둘러싼 손해배상 소송은 규모는 알려진 것만 700억 원이 넘는다. 원고로 참여한 소송 인원은 2900명에 달한다. 소송에는 인보사 사태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으며, 소액주주 2209명의 청구액은 711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들도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1차와 2차 원고는 각각 244명, 523명이며 소송액은 25억 원, 52억3000만 원이다. 이외에도 DB손해보험, 삼성화재보험, KB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보험업계에서도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인보사케이주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다. 인보사는 중등도의 무릎 골관절염환자의 치료에 사용됐으며, 1번 주사하는 데 드는 비용은 600~700만 원에 달했다. 지난 2017년 국내 허가를 받았으며, 2019년 3월 판매가 중단되기까지 3700여 명의 환자들에게 판매됐다.

그러나 지난해 인보사 치료제 주성분이 승인된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아니라 실험실에서 쓰던 293세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美FDA "코오롱티슈진, 인보사 3상 재개하라"

미국 FDA, 코오롱티슈진에 공문 보내 "임상 재개하라"
임상 3상 중단된 지 11개월 만에 재개 가능해져
앞서 성분 변화 발생 등 문제로 임상 중단돼
인보사는 세계 첫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코오롱 "철저하게 수행해 세계 최초 만들 것"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코오롱티슈진이 개발 중인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을 재개하라고 밝혔다.

코오롱티슈진은 12일, 미국 FDA가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에 대한 보류를 해제하고 3상 시험을 재개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상 3상이란 1상, 2상을 거친 약물을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 투여해 안전성 등을 검토하는 단계이다.

FDA는 전날(11일), 코오롱티슈진에 '임상보류 해제(Remove Clinical Hold)' 공문을 보내 "인보사에 대한 모든 임상 보류 이슈가 만족스럽게 해결됐다"며 "FDA는 임상보류를 해제했고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해도 좋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5월 3일, FDA는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에 대한 임상 보류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FDA는 인보사 구성 성분에 대한 ▲특성 분석, ▲성분 변화 발생 경위, ▲향후 조치사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코오롱티슈진에 보완자료도 요청했다.

이에 코오롱티슈진은 해당 자료와 추가 자료 등을 FDA에 제출하는 등 협의를 진행했고 약 11개월 만인 전날 끝내, 미국 임상 3상 재개를 받아냈다.

코오롱티슈진은 "미국 FDA가 코오롱티슈진이 이전까지 제출한 임상시험 데이터의 유효성을 인정하며 이를 기초로 형질 전환된 신장유래세포(인보사2액)로 환자 투약을 포함한 임상 3상 시험을 계속해도 좋다는 점을 인정해준 의미"라고 설명했다.

코오롱티슈진은 FDA와 협의해 임상시험계획서와 임상시험환자 동의서류 등에 대한 보완 절차를 마치는 대로 임상시험 환자투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앞으로 진행할 미국 임상 3상 시험을 철저하게 수행해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로서의 인보사 가치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에서 추출한 연골세포(제1액, HC)와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제2액, TC)를 3:1의 비율로 섞어 관절강 내에 주사해 골관절염을 치료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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