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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일까, 아닐까.

투자자 사이 불붙은 논쟁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만2653.86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3일만 해도 다우지수는 1만9000선까지 뚫리며 1만8591.93로 추락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 


이후 다우지수는 차근차근 하락폭을 만회하며 2만, 2만1000선에 이어 2만2000선까지 재탈환했다.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던 지난달 23일과 비교하면 7일까지 상승률은 21.8%에 이른다.

이 기간 나스닥종합지수도 1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18.9% 올랐다. 뉴욕 증시가 불과 2~3주 사이 20% 안팎 상승률을 기록하고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증가세도 한풀 꺾이자 금융시장에선 바닥 논쟁이 일기 시작했다.

이 논란에 대한 주요 해외 투자은행(IB)의 판단은 일치한다. ‘아직 최악은 닥치지 않았다’다.

골드만삭스 수석 자산전략가인 데이비드 코스틴은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주가 하락 위험이 상승 가능성보다 훨씬 큰 상황”이라며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8년 4분기 때도 주가가 종종 20%씩 상승하기도 했지만, 결국 바닥을 친 건 2009년 3월 이후”라고 지적했다.

8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앞 전광판. 


코스틴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베어 마켓 랠리(Bear market rally)’가 나타나고 있을 뿐이며, 주가가 바닥인지 아닌지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경고했다.

베어 마켓 랠리는 주가가 장기간에 걸쳐 하락하는 걸 의미하는 ‘베어 마켓’, 주가 상승을 의미하는 ‘랠리’를 합친 말이다. 큰 흐름상 주가가 하락하곤 있지만 순간순간 지수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JP모건은 분석 보고서를 통해 “다음주부터 기업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질텐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수치로 확인하기도 전에 안도 장세가 나타나고 있는 건 위험한 현상”이라고 짚었다.

미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주의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을 두고 “터널 끝 불빛이 보인다”고 한 비유를 비틀어 시장 상황을 꼬집었다. 마켓워치는 “투자자들은 터널 끝 불빛을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게 달려오는 기차면 어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투자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의 글로벌 전략가인 알버드 에드워즈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투자자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낙관론은 이전 오랜 기간 이어온 강세장이 남긴, 과거의 유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경제지표를 봤을 때 이미 세계 경제는 경기 불황기(Recession)에 진입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블룸버그통신은 각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 전 세계 무역량 등이 지난달을 기점으로 급하게 꺾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환자 증가 속도가 잦아들긴 했지만 아직도 자가 격리, 직장 폐쇄 권고는 유지 중”이라며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을 어떻게 차단시켜 사람들이 일터로 돌아가게 할 지는 안갯속”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WSJ는 “경제 회복 여부는 여전히 코로나19에 대한 공공 의료 대응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따라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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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이 무섭게 늘고 있다. 가계·기업 할 것 없이 3월 은행권 대출 증가폭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는 빚 내서 주식을 하느라, 기업은 코로나19 보릿고개를 버텨내느라 은행에 손을 벌렸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7일 오후 대전시 중구 기업은행 대전중앙로지점에서 소상공인 대출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은행 빚내서 주식투자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9조6000억원 증가해, 지난달(9조3000억원)에 이어 역대 최대 증가액을 경신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전달보다는 소폭 줄었지만(7조8000억→6조3000억원)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12·16 대책 이후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고가아파트 거래는 줄었지만 9억원 이하의 수도권 아파트로 ‘풍선효과’가 나타난 영향이다.

은행 가계대출, 두달 연속 ‘역대 최대’ 기록. 그래픽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 기타대출 증가폭은 크게 늘었다(1조5000억→3조3000억원). 한국은행은 이를 빚내서 투자하려는 이른바 ‘빚투’ 수요로 해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모니터링 결과 사업·생계 관련 가계대출 증가압력은 크지 않다”며 “3월 중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이 11조9000억원 급증하는 등 주식투자자금 수요가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막히자 대기업도 은행으로

기업대출은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18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09년 6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일 뿐 아니라, 종전 최대치(2014년 1월 10조9000억원)를 훨씬 웃돈다.

대기업의 은행대출은 지난달 10조7000억원이나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줄이 막히자 대기업들이 은행에 손을 벌렸기 때문이다. 실제 3월 중 회사채 시장은 5000억원 순상환(상환〉발행)을 기록했다.

은행 기업대출, 역대 최대 ‘폭증세’. 그래픽

중소기업 대출 역시 증가폭이 전달보다 껑충 뛰었다(5조3000억→8조원). 특히 중소기업 중 개인사업자의 대출 증가액이 크게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2조2000억→3조8000억원).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자금수요가 늘어난 데다, 정부가 정책 지원에 나서면서 증가규모가 상당폭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가계·기업대출의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출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이미 정부 주도로 시중은행은 4월부터 소상공인(신용등급 1~3등급 대상) 초저금리 대출 3조5000억원 공급에 나섰다. 또 코로나19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에 전 금융권이 6개월 이상 만기연장을 약속하기도 했다.

금융 시스템은 누가 지키나

이에 일부에서는 이러한 은행을 통한 경기 부양이 은행산업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시중은행 자본여력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충분치 않다”며 “코로나19의 영향이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화한다면 무리한 정책지원으로 금융회사의 자금조달 능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대출 부실화 위험을 근거로 한국 은행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은행이 대출을 쉽게 내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로 인한 연체율 증가도 예상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대출의 경우,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곳은 꼭 도와줘 연명시켜야겠지만, 평상시 체력이 약한 기업은 오히려 사전적 구조조정하는 것이 맞다”며 “건전한 금융시스템 유지를 위해서라도 꼭 긴급한 곳에만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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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충제 이버멕틴 코로나 바이러스 48시간 안에 죽인다"

호주 모니쉬대 연구에서 효과 확인

이버멕틴 성분을 이용한 의약품들. 

(A)가축과 애완동물용 제품 (B)사상충증 치료제 멕티잔 (C)분선충, 옴 치료제 스트로멕톨./일본 기타사토연구소

미국 머크사가 개발한 구충제 이버멕틴(Ivermectin)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48시간 안에 죽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버멕틴은 다양한 기생충을 구제하는 데 쓰는 구충제 성분으로, 이, 옴, 강변 실명증, 분선충증, 림프사상충증 및 기타 기생충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이 약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필수의약품으로,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에 무상 보급돼 수많은 인명을 살렸다.

호주 모니쉬대 생의학연구소의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버멕틴에 노출시키자 48시간 안에 모든 유전 물질이 소멸했다”는 실험결과를 지난 3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항바이러스 연구’에 발표했다. 웨그스태프 박사는 “한 차례 투여에도 24시간만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RNA(유전물질) 전부가 없어졌다”며 “48시간이 지나면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은 세포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5000분의 1로 줄었다”고 밝혔다.

아직 이버멕틴이 어떤 과정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약화시켰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왜그스태프 박사는 “이버멕틴이 다른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과정을 보면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방어력을 약화시키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버멕틴은 미식품의약국(FDA)로부터 구충제로 승인 받은 의약품이지만, 최근 들어 에이즈, 뎅기열, 독감 등 여러 바이러스성 질병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버멕틴은 1970년대 미국 머크와 일본 기타사토 연구소가 공동 개발했다. 1979년 오무라 사토시 일본 기타사토대 교수가 시즈오카현의 한 골프장에서 가져온 토양에서 이버멕틴을 만드는 균을 발견한 것이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가축과 애완동물 기생충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미국 머크가 이 균을 이용해 사람 구충제 이버멕틴을 개발했다.

오무라 교수는 지난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버멕틴은 연간 3억명의 기생충 감염 환자에게 쓰이고 있다. 그는 수상 당시 “2004년 아프리카의 가나를 방문했을 때 극심한 가려움을 동반하고 심한 경우 눈을 멀게 하는 기생충 감염증에 새로 걸리는 사람이 거의 없어진 것을 보고 이 병에 특효가 있는 이버멕틴이 무상보급된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이버멕틴 성분을 이용한 의약품들. 

(A)가축과 애완동물용 제품 (B)사상충증 치료제 멕티잔 (C)분선충, 옴 치료제 스트로멕톨./일본 기타사토연구소

한편 구충제 ‘이버맥틴’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인다는 결과가 알려지면서 구충제 관련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6일 오전 10시 33분 기준 강아지 구충제인 펜벤다졸 성분으로 된 구충제를 생산 중인 제일바이오의 주가는 어제보다 1990원(29.88%) 오른 8650원으로 상한가를 보이고 있다. 동물의약품 업체인 대성미생물도 하루 사이 3350원(29.65%) 급등해 현재 1만4650원을 기록 중이다. 구충제 업체인 우성사료는 전날 대비 26.22%(645원) 오른 3105원, 진바이오텍은 29.85%(1455원) 급등한 6330원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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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개인 삶, 기업 경영, 정부 역할 다 바뀐다

코로나 임팩트…새로운 질서가 온다

재택근무·온라인 결혼·외출 2부제…상상이나 했겠나

키신저 "코로나 끝나도 세계는 과거와 달라질 것"

'새 시대의 승자'되려면 미래 변화 예민하게 살펴야

< “우리 부부 됐어요”…유튜브로 생중계한 온라인 결혼식 >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결혼식 등 예전에 없던 모습들이 등장하고 있다. KT는 코로나19로 결혼식을 갑자기 취소한 한 예비부부를 위해 지난 4일 서울 강남의 한 예식장에서 유튜브 생방송 결혼식을 열었다. 신랑 신부가 생중계 시스템을 이용해 모니터에 나타난 부모와 하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지만 역사는 위기를 두려워하지 말 것을 가르치고 있다. 공포와 전율은 백신이 나오거나 치료제가 개발되면 종식될 것이다. 14세기의 흑사병(페스트), 1차 세계대전 직후의 스페인독감, 2009년 이후 신종플루 등과의 사투에서도 최종 승자는 인류였다.

우리의 절박한 관심은 코로나19가 바꿔놓을 세상이다. 그 새로운 세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을 것이냐다.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끝나도 세계는 그 이전과 전혀 같지 않을 것이며 코로나19가 세계질서를 영원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코로나19로 삶과 일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면 경제구조와 생활양식에도 큰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돌이켜보면 모든 위기가 그랬다. 지금 같으면 상상조차 어려운 1970년대 유가 폭등(오일쇼크)은 세계 제조업의 동반 침체를 불러왔다. 그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한 것이 일본의 경소단박(輕小短薄)전략이었다. ‘더 가볍게, 더 작게, 더 짧게, 더 얇게’를 앞세워 에너지 효율을 높인 일본 제품은 20여 년간 세계 시장을 지배했다. 제너럴모터스 씨티은행 AIG 같은 거대 기업을 휘청거리게 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승자는 삼성과 애플이었다. 위기가 물러나자 스마트·모바일 제품의 새로운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일본 기업들이 당할 차례였다. 기존 질서에 안주한 소니 마쓰시타 도시바 등은 일거에 2선으로 밀려났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질서가 도래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누구도 그 윤곽은 정확하게 모른다. 하지만 대비하지 않으면 온전히 살아남을 수가 없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온라인 결혼식이나 ‘남녀 외출2부제’를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변화에 대한 탐색은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스크부터 그렇다. 간단한 재료에 만들기도 어렵지 않은 이 제품이 개인위생의 첨병으로 떠올랐다. 사람들의 손 씻는 습관, 식사와 대화 예절이 줄줄이 바뀌고 있다. 습관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모두의 행동이 바뀌면 공동체의 문화가 달라진다.

장년층은 젊은 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온라인·비대면 경제활동이 생각보다 훨씬 편리하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재택근무든, 온라인 쇼핑이든 진입장벽이 한번 무너지면 바이러스처럼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기업 경영자들은 이런 직원과 소비자를 어떻게 재조직해 생산성과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와 주택을 짓는 업체들은 기존 주거 개념에 사무실을 가미하는 새로운 공간 설계를 고민할 것이다. 더 안전한 세상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정부의 역할과 정치체제에도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재정지출의 원칙과 우선순위도 재정립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변화와 기회를 탐색하는 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디지털 경제 가속화, 온라인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유통산업,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야외 스포츠 증가 등 14가지를 ‘코로나19가 가져올 변화’로 꼽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월 28일자에서 17가지 변화를 예측했다.


전염병·전쟁이 바꾼 인류의 역사…이제 '빅체인지' 준비하자

코로나가 가져올 경제·산업 변화

< 페루에 등장한 '남녀 외출 2부제' > 지난 4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쇼핑몰 앞에 생필품을 사려는 여성들이 줄지어 서 있다. 페루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남녀가 번갈아가며 외출할 수 있는 '남녀 외출 2부제'를 시행 중이다.


4세기 중세 유럽의 봉건제 붕괴와 르네상스의 시작, 유럽의 남미 정복과 플랜테이션 농업의 등장, 미국에서의 자동차 대중화….

인류가 경험한 세계사적 사건들이다. 사람들의 삶과 경제, 산업을 바꾼(빅 체인지) 이 같은 사건의 이면에는 전염병의 대유행이 있었다. 팬데믹(세계적인 전염병 유행)으로 발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시 우리 경제 및 사회를 크게 바꿔놓을 전망이다.


전염병은 어떻게 역사를 바꿨나

14세기 중반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페스트)으로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가량이 희생됐다. 학자별로는 사망자를 7500만 명에서 2억 명까지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인구 격감은 봉건 경제를 흔들었다. 농노가 줄자 땅은 남아돌고 인건비는 최대 10배까지 뛰었다. 영주는 파산하고 자작농들은 늘었다.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상업을 통한 부의 축적이 늘면서 르네상스의 기반이 다져졌다. 정치적으론 왕과 정부의 힘이 강해졌다. 페스트 확산 차단을 막는 과정에서 검역과 여행증명서 발급이 시작됐고, 이는 행정력 강화 및 세금 징수 증대로 이어졌다.

16세기 중남미는 유럽의 침공을 받아 일순간에 몰락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유럽인이 갖고 온 천연두로 중남미 원주민들이 최대 90%까지 사망했다”고 분석했다. 잉카제국에서는 황제와 후계자까지 모두 천연두 때문에 사망했다. 스페인은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1500만 명의 흑인을 서아프리카에서 남미의 대규모 농장으로 이주시켰다. 중남미는 물론 동남아시아까지 확대된 플랜테이션(대농장)의 시작이다.

유럽의 남미 정복은 근대 교역 관계에도 큰 영향을 줬다. 남미에서 생산된 막대한 금과 은이 유럽으로 유입되며 통화 가치는 떨어지고, 그만큼 상품 가격이 높아져 공업생산을 통한 가치 축적이 쉬워진 것이다.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8년 세계적으로 퍼져 5000만 명이 사망한 스페인독감 이후 세계사의 흐름은 바뀌었다. 마크 시글러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스페인독감에 따른 노동력 감소가 자본 집약도 및 전체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1920년대 미국 경제 도약의 발판이 됐다”고 분석했다. 1차 세계대전 직전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벨트 도입으로 자동차 대량생산(자동차혁명)에 성공하자, 1920년대 미국에서 여행이 보편화되고 경제가 급성장했다. 이는 이후 대공황의 씨앗으로 작용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엔 항공산업과 크루즈산업이 발전했다. 특히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룬 미국이 비행기와 유람선을 이용한 세계여행을 주도했다. 세계화는 이때부터 본격 시작됐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엔 인터넷 혁명이 벌어졌다. 누구나 인터넷과 이메일을 이용하면서 온라인이 경제의 새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에선 자영업자가 많이 생겨나고 직장인에겐 토요일 근무가 폐지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스마트폰이 나왔다. 이로 인해 모바일 혁명이 발생했다.


코로나19로 바뀌는 미래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을 나타낼까.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이미 나와 있지만 익숙하지 않거나 낡은 규제로 막혀 있던 기술의 상용화와 확산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일부 시도되고 있던 재택근무가 대표적이다. 가정의 사무실화와 이를 둘러싼 IT 인프라의 개선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온라인 교육과 원격 의료 도입도 탄력을 받아 관련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및 바이오산업의 빠른 성장도 예상할 수 있다. 보건경제학 전문가인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 계속 반복될 감염병 유행 대처에 실패하면 세계 경제 전반이 상당한 비용을 치르며 저성장에 접어들 수 있다”며 “공공 및 민간에서 관련 산업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대규모 IT 인프라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시작된 언택트(비접촉) 경제의 영역 확장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코로나19에 따른 재난 상황에서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생활필수품과 재난물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과거 적십자사의 역할을 아마존이 대체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개인과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사생활로 치부되던 개인 동선과 건강 정보가 전염병 대응 과정에서 중요한 공적 자원이 되고 있어서다. 문병순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개인 정보를 어떻게 분석하고 활용하는지가 국가 및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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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키트 수출명단 빠진 씨젠...투자자 항의에 지각공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키트 수출허가 취득업체 명단에 누락된 씨젠이 정부에 뒤늦게 명단 공개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출허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투자자의 문의가 빗발치자 지각 공개를 요청한 것이다.

5일 보건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코로나 진단검사 관련 수출기업 명단에 국내 대표 진단키트 수출업체 씨젠이 누락돼 의문이 커졌다.

주식시장에서도 씨젠의 수출기업 명단 누락이 알려지면서 일대 혼란이 일었다. 주식 토론방에선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씨젠을 깜짝 방문한 것을 언급하면서 주가조작을 운운하는 글도 올라왔다. 급상승 이후 조정받던 주가는 지난 2일까지 하락 마감했다.

당초 공개한 27개 업체에 씨젠이 빠진 것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복지부는 공개에 동의한 기업만 발표했을 뿐 공개되지 않은 수출기업도 상당수 있다고 해명하고 보도자료도 수정 발표했다. 그러면서 씨젠 측은 명단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씨젠의 입장은 온도차가 있다. 명단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직원도 찾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씨젠 관계자는 "뒤늦게 투자자 문의가 많아 확인해보니 수출명단에 누락돼 있었다"며 "내부에서 누가 정부 관계자와 통화해 공개하지 말라고 주문했는지 밝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 명단에 들어있다고 홍보가 되거나 하는 단계는 아니지 않느냐"며 "진단키트 생산·수출에 전 사원이 매달리다보니 발생한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문 대통령의 방문 등 K바이오의 상징성이 있는 씨젠을 진단키트 수출기업 명단에 포함시키려 노력했지만 기업에서 거부해 공개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의료기기산업 종합정보시스템에는 기업 담당자 연락처 등을 확인할 수 있어 기업의 동의가 있어야만 정보공개를 할 수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진단키트 수출기업에 피해가 될 수 있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수출기업 공개요청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씨젠의 입장에 대해선 "통화내역 조회하면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개된 진단키트 수출기업은 종전 27곳보다 2곳 늘어난 29곳으로 집계됐다. 씨젠을 비롯해 PCR 방식의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다우진유전자연구소와 팍스젠바이오 3곳이 추가됐고, 역시 진단키트 관련 회사인 젠바디가 연락 두절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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