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순익 3.4조 '사상 최대'
KB금융그룹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음에도 배당을 전년보다 20% 줄이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가 코로나19 충격에 대비하라며 순이익의 20%(배당성향 20%) 이하로 배당하도록 권고했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벌었으니 이익공유제에 동참하라”는 정치권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배당정책에까지 개입하면서 은행의 경영 자율성이 크게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B금융지주는 4일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3조455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전년(3조3118억원) 대비 4.3%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배당금은 주당 1770원으로 결정됐다. 2019년(2210원)보다 19.9% 줄었다. 이번 배당총액은 6897억원으로 배당성향은 20%다. 금융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춘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27일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의 배당을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심의·의결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금융지주들의 손실 흡수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금융감독원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고려한 것이다.
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KB금융은 2014년 첫 20%대 배당을 한 데 이어 매년 배당성향을 높여 왔다. 순이익이 올해보다 적었던 지난해에도 이익의 26%를 배당했다. 올해 배당성향은 2013년 이후 8년 만의 최저치다.
일각에서는 ‘관치 금융’이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익공유제와 대출원금 감면 법안 발의 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압박이 은행권에 이어지고 있다”며 “은행들이 주주를 위한 배당마저 마음대로 하지 못하니 주가에도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올 들어 은행업종 주식의 지속적인 약세는 정부의 과도한 경영 개입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 압박에 최대 이익에도 배당 축소…'주주 환원' 고심하는 KB금융
총자산 610조…전년비 18%↑
KB금융그룹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사상 최대 이익(3조4552억원)을 낸 것은 대출과 주식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5일 발표하는 신한금융지주의 실적에 따라 ‘리딩 금융그룹’ 타이틀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 권고로 배당을 대폭 축소한 만큼 자사주 매입 등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방안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은 그룹 총 자산도 610조7000억원으로 2019년 말(518조5000억원) 대비 17.8% 불어났다고 4일 밝혔다. 대출 채권이 늘고 지난해 인수한 푸르덴셜생명을 계열사로 편입한 덕이다. 다만 은행의 순이익은 2조298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소폭(5.8%) 줄었다. 대출을 통해 번 순이자 이익은 6조3638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늘었지만 4분기 희망퇴직 비용(2190억원)과 추가 충당금 전입(약 950억원)이 더해지면서 규모가 줄었다. 은행의 수익 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1.51%로 전분기 대비 0.02%포인트 올랐다.
증시 호조로 KB증권도 높은 실적을 냈다. 지난해 순이익은 4256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뛰었다. 주식 거래대금이 늘면서 수탁 수수료가 2451억원에서 5953억원으로 급증한 영향이 컸다. 그러나 KB손해보험은 지난해 순이익이 1639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줄었다. 코로나19로 투자 환경이 악화해 투자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룹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도 배당성향을 줄인 부분에 대해서는 주주환원 방안으로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 침체와 불확실성에 대비해 배당 수준을 일시적으로 축소했지만, 향후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주주환원 방안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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