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국회 압박에 결국…구글, 애플처럼 ‘앱 수수료 반값’ 검토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 본사건물에 부착된 구글 로고.
앱마켓 수수료가 과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구글이 앱 수수료를 절반가량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 국회가 구글을 타깃으로 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안을 발의하며 압박하고 나서자 나온 반응이다.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지난 19일 일부 과방위 의원들에게 '인앱결제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관련 의견'이란 문서와 함께 "본사가 수수료 인하를 검토 중"이란 의견을 전달했다. 이날 오후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해당 법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고, 사전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구글은 자사의 앱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입점한 콘텐트 앱들에게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강제하고 결제금액의 30%를 수수료로 부과하는 정책(인앱결제)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앱 개발사들과 음악·동영상 앱 등의 요금 인상을 우려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제히 비판 여론이 일었다. 국회도 '구글 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저지에 나섰다. 여기에 앱마켓 경쟁사인 애플이 전격적으로 수수료 인하에 나서면서 구글이 궁지에 몰리게 됐다. 구글과 함께 전세계 앱마켓 시장을 양분한 애플이 지난해 말 연매출 100만 달러(약 11억원) 미만의 중소사업자들에 한해 앱마켓 수수료를 15%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것.
애플처럼 '반값 수수료' 카드 만지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국회 과방위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본사가 애플처럼 중소사업자에 한해 수수료를 15%로 인하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의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구글코리아가 (본사가) 애플보다 더 많은 중소・영세 사업자에게 더 큰 규모로 수수료를 인하하는 안을 검토 중인 점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앞서 구글은 국내 비판 여론이 거세자 새로 출시하는 앱은 올 1월부터, 기존 앱은 9월부터 인앱결제를 적용하려던 방침을 한국만 예외적으로 일괄 9월 적용으로 바꾼 바 있다. 국내 앱 생태계를 위해 1년간 115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한·미 마찰 우려…바이든 정부 고려하라"
구글 측은 '구글 갑질방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한·미간 통상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구글코리아가 19일 과방위원들에게 전달한 문서에는 "인앱결제 법안은 한·미 FTA의 내국민대우(제122조), 시장접근 제한금지 의무(제124조) 위반 가능성이 높으며, 바이든 정부가 보호무역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을 겨냥한 (중략) 인앱결제 규제를 한국이 앞장서 도입한다면 바이든 정부 초기 외교 관계 형성에 큰 악재가 될 우려가 있다"고 언급돼 있다.
문서는 또 "구글은 현재 국내 앱 개발사들의 성장을 위한 지원 정책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며 "앱 마켓 수수료는 개발자가 콘텐트를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배포·판매하기 위한 중개서비스의 대가"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네이버·카카오 등은 해외에선 (다른 앱 개발자들과 동일하게) 구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구글방지법' 여야 의견 갈려한편 23일 오후 과방위 법안소위에선 법안 통과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야당 의원들은 "시장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허은아·국민의힘)", "해외사례가 없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박성중·국민의힘)" 등 대체로 통과에 미온적이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개발사가 자체 결제 시스템을 쓰지 못하게 하는 (선택권 박탈의) 문제(윤영찬·더민주)", "국내 사업자 육성을 위해 (원스토어 등 국내 앱마켓에도 개발사가 똑같이 입점하게 하는) 동등접근권까지 보장돼야 한다(한준호·더민주)" 등 구글을 적극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구글의 독점적 이익 해소엔 찬성하나 이중규제는 우려된다(박대출·더민주)"는 중립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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