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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기 공매도 금지국
증시 하락위험만 더 키웠다"
전문가·외신 비판 잇달아

◆ 공매도 금지 재연장 후폭풍 ◆

한국과 함께 공매도 금지 국가로 남아 있던 인도네시아가 이달 말 공매도 금지를 종료하기로 함에 따라 한국이 '최장기 공매도 금지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4월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공매도 금지'를 연장한 게 한국 증시를 하락 위험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전 세계 최장기 공매도 금지국이 자국 증시를 하락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공매도 금지 연장 조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과 더불어 인도네시아가 1년에 이르는 장기 공매도 금지 국가로 꼽혀왔지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이달 말 공매도 금지를 종료할 예정이다. 5일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도 "시장 상황을 고려하되 이달 말까지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위기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자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 중 10개국이 2~3개월 후 공매도를 다시 허용했고 현재 한국과 인도네시아만 '공매도 금지 국가'로 남아 있다.

전경대 맥쿼리증권 한국지부 최고투자책임자는 공매도 금지 재연장 조치에 대해 "한국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한국 증시에서 공매도가 금지돼 약세(하락장) 베팅이 지연되고 있지만 이는 공매도가 재개되는 시점에 한국 증시가 단기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상황이 파악되지 않지만 한국은 5월부터 공매도를 재개한다는 방침에 더 이상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07% 오른 3120.63으로 거래를 마쳐 3100선을 다시 탈환했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이 4021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각각 1906억원과 2343억원 순매수에 나선 결과다. 같은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4일보다 5.2원 떨어진 1123.7원에 마감하며 석 달 만에 1120원대로 진입했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낸 반면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하락한 결과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원화가치 하락은 환차익 매력이 줄어든다는 점을 의미한다"면서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세장에 공매도 금지 연장 놀라워"…외국인, 韓증시 떠날 채비



외국인 올들어 5조 팔아
공매도 제도 시행 여부는
MSCI지수 국가평가 지표
"시장유동성 급감할수도" 지적
올들어 달러강세 흐름 이어져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 커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내 객장 트레이더들이 4일(현지시간) 주문 거래를 체결하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는 미국 실업지표 개선 등에 힘입어 S&P500 등 3대 지수가 상승 마감했다.

한국 정부가 '공매도 금지' 재연장 조치를 발표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4일 블룸버그의 보도 내용은 이러한 기류가 글로벌 시장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공매도가 선진 주식시장에서는 모두 허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1년 이상 공매도 금지 국가'로 낙인찍혀 외국인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이렇게 되면 국내 증시의 선진시장 진입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보유 규모 기준으로 볼 때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30%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큰 영향을 갖고 있다.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MSCI신흥국지수 내 한국 비중 축소 가능성이다. 선진시장 진입은커녕 한국 비중 축소 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준으로 삼는MSCI지수는 공매도 금지 국가를 선진국지수에 포함시키지 않고, 공매도를 1년 이상 장기간 금지하면 국가별 비율을 조정하는 평가에서 감점 요인으로 삼는다.MSCI는 분기(2·8월), 반기(5·11월)마다 정기 변경을 실시한다. 5일 강현기DB금융투자 연구원은 "MSCI반기 리뷰 시점(5월13일) 이전에 한국 공매도가 재개된다"며 "외국인 투자금 이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달러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감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달러 약세 기조 속에 한국 등 신흥국 증시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될 요인이 있었으나 달러가 강세를 띠면 한국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개인 수급이 추가로 확대되기가 힘든 상황이다 보니 외국인 자금이 변수"라면서 "기업 이익 개선은 증시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어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고 여기에 원화가치 하락까지 감안하면 이달에 추가 상승 모멘텀을 찾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1120원대 후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 주식시장 내 외국인 투자금 비중은 시가총액 대비30%를 살짝 웃도는 선이다.MSCI신흥국지수 추종 자금 중 한국 비중은13.4%인 약353700억원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오는10일은 지수·개별 종목 옵션 만기일인데 이를 전후해 외국인 선물·옵션 수급이 한국 증시 변동성 장세를 이끌 것으로 보여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 재연장은 외국인투자자들로서는 한국 증시 유입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라면서 "메자닌 펀드 등을 설정할 때 외국인은 항상 숏포지션(공매도 입장을 취하는 것)을 거는데, 이번 조치 때문에 기존 공매도 포지션을 통해 성립된 거래도 힘들어지게 돼 3월 중순 재개를 염두에 뒀던 외국인 입장에서는 정책 신뢰성 문제를 투자 리스크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4일 외국인은 한국 증시 선물시장에서 1조93006100만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옵션시장에서는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을 총1243732만원어치 순매수했고,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은357495만원어치 순매도했다.

호주 시드니 소재 펀드운용사AMP캐피털의 나다르 네이미 최고시장전략가는 "한국 증시가 강세장인데도 공매도 금지를 연장한 건 놀라운 결정"이라면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시장 유동성이 급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발 코로나19사태 탓에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0.50% 수준에서 동결하는 등 시장 유동성을 불어넣은 상태지만 공매도 금지 재연장 조치는 이와 일부 상쇄하는 부작용을 불러 증시 하락 위험을 키운다는 분석에서다.

한편 공매도 재개가 증시에 부정적인지에 대해 미국 보스턴 소재 체인지브리지캐피털의 빈세 로루소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실제 데이터를 보면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해서 시장 유동성이 늘거나 변동성이 줄어든다는 증거가 많지 않다"면서 "공매도 금지가 장기화하면 오히려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근거한 적정 주가 형성의 중요한 수단과 방법들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초까지 금융위는 직전 계획대로 3월 중순까지만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의견을 모아 시장에 신호를 줬는데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밝혔다.

공매도 논란 속에 정부가 공매도 금지 재연장을 발표한 지난 3일 삼성증권은 5일부로 신용융자 서비스를 다시 일시 중단했다. 이번주 재개했던 해당 서비스가 불과 일주일 만에 중단된 것은 그만큼 '빚투(빚 내서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 수요가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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