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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720) 카카오 - 카카오페이와 '차이나 리스크'

[][][] 2021. 2. 2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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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720) 카카오 - 카카오페이와 '차이나 리스크'

1. 몸값 9조 카카오페이, 날벼락
카카오페이, 국내 카카오톡 사용자 4명 중 3명(76%, 3500만명)이 쓴다. 주식・펀드 등 금융자산을 카카오페이에서 관리하는 이는 1500만명. 1년 전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하며 간편결제도 가능해졌고 '모바일 금융 강자'로 점프하나 싶었는데, 이달초 브레이크가 걸렸다.
 
2월 5일부터 사용자들이 카카오페이에서 통장잔고도, 신용카드 이용내역도, 펀드 수익률도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소비자 불만이 쇄도한다.올해 기업공개(IPO)를 노리는 카카오페이로선 뼈아픈 일.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나.
 
· “정부 허가 못받은 자” : ‘마이 데이터 사업’은 은행·카드사·통신사에 흩어진 금융정보를 한 번에 모아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작년까진 금융사들이 사용자 동의만 받고 해왔는데, 올해부턴 금융당국이 허가를 내줘야 할 수 있다. 2월4일이 마감기한이었다. 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토스 같은 핀테크 기업은 물론, 은행·카드사들이 대거 신청을 냈다. 그런데 핀테크 기대주 가운데 카카오페이만 심사를 못 받았다. 5일부터 당장 카카오페이 서비스는 중단됐다.
· 알고보니 ‘알리바바’가⋯ : 카카오페이 심사가 보류된 건 2대 주주(지분율 43.9%)인 앤트파이낸셜(알리바바의 자회사) 때문. 마이데이터사업을 하려면, 금융위원회로부터 ‘이 회사 주요 주주는 문제가 없다’(대주주 적격성)는 확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금융위는 ‘앤트파이낸셜이 문제가 있나 없나 확인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왜? 서류가 안 와서.  
· 속 타는 카카오페이 : 모바일 플랫폼에선 갈아타기가 참 쉽다. 토스에서도 네이버에서도 되는 자산관리 서비스가 카카오페이에서만 멈췄다면? 사용자 이탈은 순.식.간.
 
2. 중국 인민 은행의 '서류 한장'
앤트파이낸셜의 적격성, 왜 확인하기 어려운 걸까. 문제는 한·중 당국 간 행정절차에서 생겼다. ‘서류 한장’이 없어서다.  
 
· 중국 당국의 ‘먼 산 보기’ : 중국의 국책은행인 인민은행이 한국 금융위원회에게 "앤트파이낸셜은 제재나 형사 처벌을 받은 적 없다"는 확인 서류를 보내면 된다. 그런데 인민은행은 “앤트 그룹은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는 답변만 보냈다.
· “제발…” 카카오페이의 읍소 : 다급해진 카카오페이는 궁여지책으로, "우리는 형사처벌 받은 적 없습니다"라는 징셴둥(井賢棟) 앤트그룹 회장의 서명을 받아다가 한국 금융위에 냈다. ‘서류 한장 때문에, 1500만명의 금융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 건 너무하다’는 것.
· ‘공식 문서’ 원하는 금융 당국 : 금융위원회 측은 “중국 정부의 공식 답변이 오기 전엔 서비스 중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 대주주 적격성 검증은 신용정보법에 정한 절차이니, 중국의 특수한 상황이 있더라도 고려해줄 수 없다”는 것.
 
카카오페이로선 올 봄 경쟁사들이 뛰고 나는 모습을 손놓고 지켜보게 생겼다. 배재현 카카오 수석 부사장은 "과정상 문제일 뿐 카카오페이 자체적으로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 받는데 결격 사유는 없다"며 "금융 당국 간 협조가 완료되어 본허가 승인을 받으면 하반기부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3. 마윈의 나비효과 서해를 건너다
이런 경우, 카카오페이는 전혀 예상 못했을까. 지난해 7월 앤트그룹으로부터 투자받을 때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을 일이긴 하다. 중국 토종 이커머스인 알리바바와 중국 청년들의 ‘성공 롤 모델’ 마윈(馬雲・Jack Ma) 회장, 그 마윈이 애지중지 키운 핀테크 앤트그룹. 재무적으로나 중국 내 협업효과로나 앤트그룹은 카카오페이의 든든한 뒷배였다. 그런데 투자받은 지 석 달 만에, 앤트그룹의 처지가 갑자기 바뀌었다.
 
· 지난해 10월, 마윈 회장이 상하이 금융서밋의 연설에서 ‘쎈 발언’을 했다. 중국에는 건강한 금융시스템이 없고, ‘리스크 관리’ 위주의 정책이 혁신을 말살한다고. (연설문 링크).
· 다음 달인 11월, 중국 정부는 앤트그룹의 상장(IPO)을 불과 이틀 전 취소해 버렸다. 알리바바에 대한 반독점 조사도 시작했다. 마윈 회장과 앤트그룹의 징셴둥 대표, 후샤오밍 총재를 불러놓고 '결제 본업에 집중하라'고 야단도 쳤다. 이달 초, 앤트그룹은 회사를 금융지주사 구조로 전환하기로 했다. 당국의 요구에 울며 겨자먹기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대주주인 앤트그룹의 입지가 불안해지자 카카오페이의 한국 사업도 영향을 받은 셈이 됐다. 국내 IT업계에선 중국 당국이 ‘안 이쁜 앤트그룹’의 요구를 선뜻 해결해주지 않는 걸로 본다.

4. 카카오는 왜 중국 투자를 받은거야?
유망 스타트업이 해외 투자를 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쇼핑·금융·모빌리티·엔터테인먼트를 통합한 ‘슈퍼앱’을 꿈꾸는 카카오로선, 이 길을 앞서간 텐센트·알리바바와 협력에서 얻을 게 많다. 아시아의 IT 강자들이 손 잡는 건 미국·유럽엔 없는 모델이다. "구글·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에 대항할 아시아 동맹"(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이란 해석도 나온다. 
 
① 힘들 때 도운 ‘텐센트’
카카오도 보릿고개가 있었다. 사업초기 자금난을 겪던 중, 2012년 중국 텐센트로부터 720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투자 덕에, 텐센트는 현재 김범수-케이큐브홀딩스-국민연금에 이어 카카오의 4대 주주(6.72%)다. 텐센트 부사장 출신인 피아오얀리는 카카오의 최장기 사외이사(2012~2020년)였다.  
텐센트는 2013년 카카오의 콘텐츠(웹툰·웹소설 등) 자회사 카카오페이지에도 140억원을 투자했다(현재 지분 6.8%). 2017년 카카오뱅크 출범 당시엔 300억원(현 지분 3.74%), 2018년 카카오게임즈에는 500억원(현 지분 4.37%)을 투자했다.
 
② 전략적 협력 ‘알리바바’
2017년 카카오에서 독립(분사)한 카카오페이는 앤트그룹으로부터 그해 2300억원을, 지난해에는 1150억원을 추가 투자받았다. 카카오의 오랜 투자자인 텐센트가 아니라, 텐센트 경쟁사인 알리바바 계열의 손을 잡은 것.  
카카오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알리페이’가 아시아 국가에 깔아놓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염두에 둔 것. 실제로 카카오는 앤트그룹 제휴 덕에 2019년 마카오·일본 등에 환전없이 해외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해 8월부터는 카카오페이로  알리익스프레스(해외쇼핑)에서도 결제가 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알리페이는)단순한 투자 관계가 아니라 글로벌 진출에 최상의 파트너”라고 했다.


 
중국 자본이 투자한 카카오 주요 회사

  
다른 핵심 계열사들도 글로벌 자본으로부터 다양하게 투자를 받았다.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카카오페이지, 카카오M, 카카오뱅크 등에 총 5100억원 이상을 투자했고, 카카오 모빌리티엔 미국 자본 TPG 캐피탈, 칼라일그룹, 일본 오릭스 캐피탈이 투자했다.
 
5. 차이나 찬스, 차이나 리스크
IT업계, 특히 게임업계에서 중국 자본의 투자는 낯선 일이 아니다. 크래프톤, 넷마블, 넥슨재팬 등이 대표적이다. 자본의 사이즈가 크기도 하고, 글로벌 사업 협력 효과도 있기 때문. 물론 위험 없는 자본은 없다.  
 
① “중국 인연 적극 활용해야”
올해부터 카카오는 ‘내수용’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글로벌로 눈을 돌린 상황이다. 중국·동남아·인도로 서진(西進) 하느냐, 미국·유럽으로 동진(東進)하느냐는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네이버가 미국·유럽 중심의 글로벌화를 추진한다면, 카카오는 중국 기업과 제휴를 활용한 아시아 공략에 우선 순위를 두고 준비해왔다.  
· 카카오는 글로벌 먹거리로 콘텐츠(웹툰·웹소설·게임)를 점찍었다. 콘텐츠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지는 텐센트와 손잡고 웹툰·웹소설 합작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 카카오가 키우려는 또 다른 주력 사업은 사용자 빅 데이터를 활용한 간편결제 사업이다. 앤트그룹은 그간 인도의 페이티엠(payTM), 인도네시아의 다나(DANA), 말레이시아 터치앤고, 필리핀 지캐시 등 아시아 주요 핀테크 업체에 골고루 투자해 놨다. 카카오페이는 앤트그룹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시아 시장 확장을 노린다.
· 서강대 경제학부 정유신 교수는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디지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구축하며 내수와 아시아 시장을 엄청나게 확장하고 있다”라며 “중국과 접점이 있는 기업은 지금이 기회”라고 했다.  
 
② “차이나 리스크 고민해야”  
· 중국 기업은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정부의 전폭적 지지로 컸다가 한 순간에 무너진 기업도 여럿. 중국 투자회사 밍톈 그룹, 최대 민영보험사였던 안방보험, 최대 석유기업이었던 화신에너지그룹 등. 해당 기업들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시진핑 주석-태자당(혁명 2세)-상하이방(장쩌민 전 주석)’ 사이 권력투쟁의 산물이라는 해석(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
· “카카오, 중국 기업이냐”는 한국 내 반중(反中) 심리가 있다. 카카오페이의 얼굴 인식 인증을 두고 ‘앤트파이낸셜 계열사 졸로즈(zoloz)로 얼굴 데이터가 넘어간다’는 오해가 퍼지기도 했다. 인증 데이터는 카카오 데이터센터에만 보관된다고 카카오페이가 여러차례 설명했지만, 데이터 유출 우려는 가시질 않는다. 카카오뱅크도 텐센트 투자 이후 정보유출 루머가 돌았다. B2C 서비스가 많은 카카오로선 고민되는 대목이다.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원호 박사는 "전세계적으로 중국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고, 국가 지도자에 따라 예측하지 못한 리스크도 생긴다"며 "영미권 서방 국가가 중국이 투자한 업체들을 조사하는 만큼, 우리 기업도 차이나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마윈 연설’ 하나만으로 중국의 알리바바 규제가 행해진 건 아닐 터다. 크게 보면 중국은 플랫폼의 독점에 대한 규제를 글로벌 기준에 맞춰가고 있다. 2020년 1월에는 인터넷 분야 반독점법을 입법예고했고, 지난 2월 8일에는 국무원 산하 반독점위원회가 플랫폼 반독점 금지법 지침 최종안을 시행했다.
 
🐼 중국의 속내, 알리바바 때리기는 ‘덫’
·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은 "데이터, 알고리즘, 플랫폼 규칙 등 때문에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적 행위가 은폐돼 규제하기 어려웠다"며 데이터 독점 등에 대한 국가 기관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 정부의 목적은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자국 기업을 다잡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앞으로 개방이 불가피한 인터넷 분야에서 미국·유럽 기업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놓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미리 덫을 놓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전 소장은 “중국 시장을 노린다면 반독점 규제의 여파를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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