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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美)주식 지금 사라" VS "폭풍우 온다" 

고수 2인의 엇갈린 예언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상징물인 황소. 황소 장세(bull market)는 언제 올 것인가.

(제공=로이터)

해외 주식도 직구 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 지난달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한 해외 주식 결제액은 사상 최고인 137억6241만 달러(약 16조8823억원)를 찍었다. 예탁원 증권정보 포털 세이브로 집계 결과로, 지난 2월 대비 67.39% 급증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지금이 바닥인가. 아니면 바닥을 뚫고 지하가 나올 것인가.

세계적 투자 고수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혼돈의 코로나19 시대의 주식투자에 등대지기가 되어 줄 두 대표주자를 뽑아 이들의 분석을 종합 정리했다. 복싱 링으로 치자면 레드 코너엔 누적 투자수익률 1만4800%를 자랑하는 ‘영국의 워런 버핏’ 앤서니 볼턴, 블루 코너엔 ‘좀 더 기다려’를 외치는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이 서 있다. 수많은 투자 구루(guruㆍ스승)들이 있지만 코로나19와 관련 최근 정통 경제 매체에 의견을 피력한 두 명을 선정했다.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한국 개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시대의 신(新) 풍경이다.

(제공=로이터)

 

'영국의 워런 버핏’ 앤서니 볼턴 VS '세계적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먼저, 간단한 선수 소개. 영국을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투자가인 볼턴(70)은 케임브리지 공대 출신으로 경영학 학위도 갖고 있다. 1979년부터 투자사 피델리티 런던사무소에서 28년 동안 매년 평균 19.5%의 연수익률을 달성했으며, 1000파운드(약 152만원)를 14만7000파운드로 불렸다. 2007년 은퇴 후 취미인 클래식 음악 작곡에 전념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링에 복귀.

다음은 미국 대표주자 칼 아이칸(84). 한국엔 ‘세계적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하다. 프린스턴대에서 철학을 공부한 그는 저평가된 기업의 지분을 사들인 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주가가 상승하면 시세 차익을 챙기는 투자법으로 거부가 됐다. 그의 통장 잔고엔 지난 2월 현재 167억 달러가 쌓여있고 하루에 이자로만 6억원 이상을 번다.

영국을 대표하는 주식 투자의 전설 앤서니 볼턴.

최근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은퇴 생활을 잠시 접고 다시 투자하는 길을 택했다.

은퇴했던 볼턴, 코로나19에 “다시 투자”

“최근 투자를 다시 시작했다. 지금의 주가라면 진짜 흥미로운 기회들이 있다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볼턴이 지난달 말 파이낸셜타임스(FT) 기자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미국 뉴욕 증시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 공포 속에 130여년 역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한 지 약 한 달 뒤였다. 미국 3대 지수 중 하나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2997.10포인트(12.93%) 하락한 게 지난 2월17일(현지시간)이다.

고수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코로나19 패닉에서 볼턴은 기회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가 FT에 밝힌 개인적 투자 재개 시점은 3월 초. 그는 FT에 “팬데믹으로부터 나오는 기회들을 보고 (다시 투자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제로(0) 금리로 돌아서고 미국 정부가 마음먹고 양적완화(QE)에 나선 것도 볼턴의 결단을 불렀다고 한다.

볼턴은 또 누구나 위기 앞엔 평등하고, 공부하는만큼 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있는 힘껏 공부해서 팬데믹 전문가가 돼라”며 “신약개발부터 격리 조치 관련 정책, 격리가 끝났을 때 어떤 삶의 방식이 나올 것인가 등등을 모조리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힌트는 없을까. 그는 “내 밑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며 “회복 탄력성을 찾아 헤매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업 중에서도 코로나19 위기에 잘 대응하는 기업들을 눈 선별해내라는 조언이다.

주의사항도 잊지 않았다. 볼턴은 “장이 하락한다고 해서 더 방어적인 투자 심리로 돌아서는 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며 “비관적 뉴스들이 쏟아져나오겠지만, 실제 시장보다 더 방어 태세로 투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기업 사냥꾼이자 억만장자인 칼 아이칸.

그는 지금은 아직 주식 투자를 하지 않고 기다릴 때라고 전했다.

(제공=로이터)

“폭풍우가 몰려오니 조심하라”는 아이칸

아이칸은 생각이 다르다. 그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자택에서 블룸버그TV 기자에게 “아직은 주식이 과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투자 최적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단기적으로 몇 개의 꽤 큰 하강기류가 주식 시장을 덮치는 걸 보게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수 대신 현금 비축을 하라는 조언이다.

블룸버그는 아이칸과의 인터뷰가 지난주 후반 이뤄졌다고 전했다. 국제유가가 바닥을 친 직후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원유(WTI)의 5월물 종가는 배럴당 -37.63달러로, 사상 최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 때문일까. 아이칸은 “지금은 극도로 조심해야 할 때”라며 “폭풍우가 올 것을 대비해 현금은 일절 (투자에) 쓰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1929년 주식 시장 폭락으로 이어진) 대공황 이후 온갖 위기를 겪어온 아이칸에게도 지금은 예상이 어려운 시기”라고 풀이했다. 아이칸은 현재까지의 폭락을 투자 호재로 판단하는 대신, 반대로 불확실성의 악재가 이어질 거라고 판단한 셈이다.

그러나 아이칸 역시 악재가 영원히 계속되리라고 보진 않는다. 아이칸은 “좋은 기회들이 올 것”이라며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 폭발적일 것”이라 예상했다. 단, 볼턴에게 적기는 지금이고 아이칸에겐 ‘아직’인 셈.

두 고수의 판단에 대해 경제전문 매체들은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2008년) 세계 경제위기처럼 투자자들에게 가혹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분석"(시티와이어) "이런 시기일수록 개인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중요하다"(월스트리트저널)는 평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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